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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마음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강상중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였고 그 다음에는 <산시로>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작품, <마음> 또한 강상중 선생님의 추천으로 손에 잡게 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들의 정서에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고 강하게 반발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것은 주인공의 비겁함, 그리고 복수의 수단으로서의 자살에 대한 반감입니다.

자살은 혼자만의 죽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빼앗는 일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살로 인해 주변인들은 크나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물론 메이지 시대의 인간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저는 작중의 인물들이 매우 미성숙하고 비겁하며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인물들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공명할 현대의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한 저의 주장을 아래에 정리하였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스포일러 주의

스포일러 주의



읽다가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워서 괴로웠습니다.
  • 비열하게 사랑을 차지한 주인공의 방법은 잘못되었습니다.
  •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K군의 방법도 잘못되었습니다. 
  • 주인공은 K군의 복수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잘못되었습니다. 


1. 학생시절 주인공의 미성숙함은 좀 안타깝지만 저 또한 10대 후반 20대 초반에는 저렇게 비겁하고 미성숙했던 것 같아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면서, 친구를 질투하고 고뇌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거쳐야 할 단계 같은 것입니다. 저는 그들의 미성숙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성숙한 채로 남아있었던 것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2. 선을 넘는 악행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주인공이 평소에 느껴왔던 열등감과 질투심을 응축시켜 K군이 사랑을 포기하도록 종용한 것입니다. 평소 K군이 즐겨 사용하던 관념들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서 파괴력을 배가시켰습니다. 겉보기에는 짐짓 도덕적이고 고결한 관념을 말하면서, K군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강력한 한 수였습니다. K군과의 친분이 없었더라면 할 수 없는, 무척 비열한 공격이었습니다. 무방비였던 K군은 순수하게도 자신의 사랑이 정당한지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주인공의 약혼 소식을 듣고서야, 주인공이 사랑의 경쟁자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마 크게 환멸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건 주인공이 명백히 잘못했습니다. 그러나 되돌릴 수 없는 잘못도 아니었고, 삶을 저버릴 일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3. K군은 주인공에게 당했다는 것을 알고서는 보란 듯이 자살해버립니다. 자신이 당한 비열한 배신을 앙갚음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궁극의 복수로서 자살을 선택한 듯 합니다. 이것은 용서할 수 없는 악행이며, 어리석은 판단입니다. K군은 자살을 택해서는 안되었습니다. 그는 보란 듯이 잘 살아내었어야 했습니다. 모욕을 당하고 뒤통수를 맞았어도, 삶은 다시 빛날 수 있습니다.  


4. 주인공은 K군의 자살로 인해 큰 충격을 받고 그 이후의 삶을 망쳐버립니다. 애써 쟁취한 사랑조차 그에게는 아무런 기쁨이 되지 못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주인공의 미성숙이 드러납니다. 스스로 악을 행했다는 자각을 했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는 길을 택해야 했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붙잡고 묵상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를 거부하고, 스스로의 악한 면모를 인정하기를 거부하였으며, 성장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인간은 악한 존재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그 순간에 평생 머무르다가 삶을 비루하게 만들어버렸고, 마침내 그 스스로도 생을 버리고 말았습니다. 특히 자신이 비겁한 방법을 쓰면서까지 쟁취한 사랑하는 그녀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이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악한 죄입니다. 주인공의 대응으로 인해 K군의 복수는 성공하고 말았습니다. 


5. 주인공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되, 잘 살아냄으로서 K군이 만들어낸 악업을 끊어내었어야 했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그녀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는 자세였을 것입니다.


6.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습니다. 그들이 소망하는 것을 갖게 되었는지 아닌지 보다는, 올바른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는 것.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 주인공은 정정당당하게, 올바르게 사랑을 위해 경쟁했어야 했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담대함을 가져야 했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결과와 상관없이 진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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