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뛰게 하는 책

2026. 4. 30. 조너선 카우프만의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은 공산당이 지배하기 전 상하이에 번성했던 자본주의 세계를 조명해주는 책이다. 이야기는 바그다드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살던 서순 가문이 정치적 급변으로 맨몸으로 탈출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페르시아를 거쳐 인도에 도달하고 그곳에서 제로에서부터 다시 사업을 시작한다. 어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실화이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이런 모험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나이키 창업자인 필 나이트의 <슈독>의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도 비슷한 설레임을 느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그린 지도, 다른 사람이 밟던 길을 따라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건 내 여행이고 내 인생이다. 내겐 더 이상 인생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 멋진 말이다. 가슴을 뛰게 하는 책은 좋은 책이다.  그 두근거림이 주는 에너지로 내 삶을 바꿔야 한다. 

공간의 힘

2026. 4. 11. 오랜만에 모교회에 들렀다. 후배의 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던 것도 좋았지만, 내 마음을 가장 움직인 것은 성전 우측, 성가대석 뒷편의 스테인드 글라스였다.  나는 성가대석에 앉아 스테인드 글라스가 내 손바닥에 만들어내는 색색의 빛깔을 발견하는 것을  항상   사랑했었다. 자연스럽게 이 교회에 처음 등록해 어색하던 시간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노래하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 모든 추억들을 단숨에 되살린 것은 이 공간의 힘이다. 이 공간을 사랑하는 건, 내가 여기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 시간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공간이 오랫동안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

2026. 4. 9. 포기하면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은 상투적이다. 너무 많이 말하고 들었기 때문이다. 너무 뻔해서 이 말을 듣고도 별다른 느낌이 없다. 말에 정보값이 없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많았다. 실제로 포기한 때도 많았다. 어느 시점에 내 삶이 지리멸렬해지는 것을 자각하고 나서야 경고등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포기하면 안된다는 말은 내게 힘을 준 적이 없었다. 아들을 얻고서는 삶을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에서는 내가 포기하면 나를 지켜보는 사람은 더 빨리 무너진다고 했다. 포기하면 안된다는 말은 새로운 힘을 얻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각오가 샘솟는다. 

펑안을 기도한다

2026. 4. 3. 닐 퍼거슨의 <증오의 세기>를 읽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2차세계대전 당시의 인종주의, 그리고 무자비한 살육을 주로 다루고 있다. 담담하게 팩트만 말하는데도 충격적이다. 사람의 목숨이 이토록 쉽게 다뤄질 수 있을까? 영아 살해까지 서슴치 않는 잔인함에 치가 떨린다. 퍼거슨은 그 전쟁이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악과 악의 대결이었다고 말한다. 추축국의 만행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연합국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한국에서도 구한말부터 한국전쟁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허망하게 죽었던가. 온 세계가 미쳐있었던 것 같다. 인류 전체의 역사를 볼 때 100년 전은 매우 가까운 시점이다. 20세기 말에 내가 누려온 평화로운 세계가 예외적인 상황이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평안을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말에 상처받지 않는 법

2026. 3. 29. 살면서 타인의 말에 상처받은 경험이 여러번 있다. 그 말이 부당한 것은 둘째 치고,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길래 그런 말을 했을까 싶고, 즉시 면박을 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그러나 요즘 내가 깨달은 것은,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정상적인 멘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래 수준이 낮은 사람일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멘탈이 무너진 사람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상처받은 나만 손해이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면 바로 잊어야 하고,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의 멘탈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유념하고 대비해야 한다. 나 또한 멘탈이 불안할 때 실언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안다. 인간은 모두 어쩔 수 없이 연약한 존재이다. 사람을 긍휼히 여기되, 나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단단하게 무장해야 한다. 자신의 멘탈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를 지켜야 너를 지킨다

2026. 3. 24. 크리스 휘타커의 <나의 작은 무법자>를 읽었다. 주인공인 소녀는 스스로를 무법자로 규정하고 고난을 헤쳐나간다. 소녀를 응원하며 읽게 된다. 자꾸만 슬픈 일이 생기는 전개 때문에 마음이 힘들면서도 작가의 이야기솜씨는 책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한다. 해피엔딩이라서 만족했다.  읽는 내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망가진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이었다.  고통 속에서도 사랑은 반짝이며 빛나지만, 그 고통을 굳이 겪어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진짜 악한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모두들 삶이 엉망진창이다. 내가 내 삶을 지켜내지 못하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진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내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임을 다시 생각한다. 

휴일 출근

2026. 3. 22. 추진하는 업무에 차질이 생겨 주말 연이틀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사무실은 평소와는 다른 공간이다. 나만의 시간이다. 본래 철저한 워라밸을 추구했었고 휴일 출근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그러나 모르텐 알베크의 <삶으로서의 일>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추구하는 의미를 위해서는 휴일없는 근무도 기꺼이 할 수 있다. 워라밸에 집착했던 태도는 의미를 찾지 못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회사가 내게 맡겨준 일을 잘 해내는 것이 내게 큰 의미를 가진다. 몸은 좀 힘들지만 약간 즐겁기까지 해서 나 자신이 생경하다.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