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안을 기도한다

2026. 4. 3. 닐 퍼거슨의 <증오의 세기>를 읽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2차세계대전 당시의 인종주의, 그리고 무자비한 살육을 주로 다루고 있다. 담담하게 팩트만 말하는데도 충격적이다. 사람의 목숨이 이토록 쉽게 다뤄질 수 있을까? 영아 살해까지 서슴치 않는 잔인함에 치가 떨린다. 퍼거슨은 그 전쟁이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악과 악의 대결이었다고 말한다. 추축국의 만행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연합국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한국에서도 구한말부터 한국전쟁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허망하게 죽었던가. 온 세계가 미쳐있었던 것 같다. 인류 전체의 역사를 볼 때 100년 전은 매우 가까운 시점이다. 20세기 말에 내가 누려온 평화로운 세계가 예외적인 상황이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평안을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말에 상처받지 않는 법

2026. 3. 29. 살면서 타인의 말에 상처받은 경험이 여러번 있다. 그 말이 부당한 것은 둘째 치고,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길래 그런 말을 했을까 싶고, 즉시 면박을 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그러나 요즘 내가 깨달은 것은,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정상적인 멘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래 수준이 낮은 사람일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멘탈이 무너진 사람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상처받은 나만 손해이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면 바로 잊어야 하고,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의 멘탈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유념하고 대비해야 한다. 나 또한 멘탈이 불안할 때 실언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안다. 인간은 모두 어쩔 수 없이 연약한 존재이다. 사람을 긍휼히 여기되, 나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단단하게 무장해야 한다. 자신의 멘탈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를 지켜야 너를 지킨다

2026. 3. 24. 크리스 휘타커의 <나의 작은 무법자>를 읽었다. 주인공인 소녀는 스스로를 무법자로 규정하고 고난을 헤쳐나간다. 소녀를 응원하며 읽게 된다. 자꾸만 슬픈 일이 생기는 전개 때문에 마음이 힘들면서도 작가의 이야기솜씨는 책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한다. 해피엔딩이라서 만족했다.  읽는 내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망가진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이었다.  고통 속에서도 사랑은 반짝이며 빛나지만, 그 고통을 굳이 겪어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진짜 악한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모두들 삶이 엉망진창이다. 내가 내 삶을 지켜내지 못하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진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내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임을 다시 생각한다. 

휴일 출근

2026. 3. 22. 추진하는 업무에 차질이 생겨 주말 연이틀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사무실은 평소와는 다른 공간이다. 나만의 시간이다. 본래 철저한 워라밸을 추구했었고 휴일 출근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그러나 모르텐 알베크의 <삶으로서의 일>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추구하는 의미를 위해서는 휴일없는 근무도 기꺼이 할 수 있다. 워라밸에 집착했던 태도는 의미를 찾지 못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회사가 내게 맡겨준 일을 잘 해내는 것이 내게 큰 의미를 가진다. 몸은 좀 힘들지만 약간 즐겁기까지 해서 나 자신이 생경하다.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버핏을 모방하는 일

2026. 3. 18. 워렌 버핏은 그의 투자 철학과 방법을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설파하였다. 그의 가치 투자 방법은 그 놀라운 성과로 인해 찬탄을 자아낸다. 투자를 처음 접하고 십년이 넘게 그를 모방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한 일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실행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잘 되지 않았다. 마치 레시피를 알아도 요리의 맛을 따라하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탄생>을 읽고서야 진정으로 버핏의 방법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그의 투자를 진정으로 실행하려면 투자 성과에서 평가손익을 철저하게 무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주식APP을 무시해야 한다. 내 장부에는 매입금액으로만 주식 보유액을 기재한다. 매입금액은 변하지 않기에,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이 되어준다. 배당으로 인한 현금 유입 또는 확정된 매도손익만이 내 장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머지는 내 보유기업의 경영성적을 지켜보는 일 뿐이다. 이것이 버핏이 말한 장기 투자이다. 

기록에 집착하는 삶

2026. 3. 12. <아인슈타인의 전쟁>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실제로 입증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사고 실험 만으로 상대성 이론을 만들어내는  자유분방한 망나니형 천재 아인슈타인과, 청빈한 사명감의 실험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의 캐릭터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렇지만 그들은 전쟁의 광풍 속에서 반전주의를 고집한 평화주의자였고, 대세에 거스를 줄 아는 용기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로 적대하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위대한 업적을 완성하기 위해 서로를 반드시 필요로 했다. 에딩턴이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기까지 천신만고를 겪는 동안 아인슈타인은 생면부지의 사람이었다. 마침내 그들이 해후했을 때도 그들의 만남은 그저 무미건조하기만 하다.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에딩턴은 광적으로 기록에 집착하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가 남긴 각종 일지를 통해 그의 삶을 다시 조명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그가 기록에 집착한다고 한 대목에서 반가움을 느꼈다. 나 또한 기록하기를 무척 좋아하니까. 누군가 나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생각은 두렵기도 하지만, 어떤 사명감을 주기도 한다. 내 아들이 나의 삶을 알게 되었을 때,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이 마음은 이제 나의 등불이 된다.

업무도 내 사업처럼

2026. 3. 11. 리루가 쓴 <문명, 현대화 그리고 가치투자와 중국>을 읽는데 심히 공감되는 구절을 만났다. 투자를 할 때는 사업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투자자가 되고 싶은 바램이 있었기에 반가운 구절이었다. 좋은 투자자가 되려면 좋은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그 반대로 생각해도 말이 된다.  문득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회사의 업무에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업무도 내 사업처럼 해야 한다. 좋은 사업가가 되려면 지금 주어진 업무부터 좋은 사업가처럼 해야 한다. 업무에 임하는 마음이 다를 것이다. 언젠가 내 사업을 하게 되면 열심히 할거야, 그치만 지금은 그냥 설렁설렁하겠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만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태도가 본질이라는 말이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 업무도, 투자도 내 사업을 한다는 태도로 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