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이
2026. 7. 3. 중학교 3학년 때 나는 부반장이었다.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이 정하신 것이다. 반장은 집이 좀 살고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외향적인 애였지만 나랑은 잘 안맞았다. 난 그저 고교입시에만 집중하느라 바빴고, 나만 생각하는 미숙한 중학생이었다. 우리 반에는 한범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눈이 약간 사시였고 걸을때 약간 부자연스러웠다. 공부랑도 거리가 멀고 약간 어수룩했다. 눈 부근이 항상 부은 모습이어서 아이들은 밤탱이라고 그 친구를 놀렸다. 특히 반장 녀석이 좀 집요하게 괴롭혔던 기억이 난다. 한범이는 놀림을 받으면 발끈해서 요즘말로 타격감이 좋았던 모양이다. 가끔 도가 지나치면 울상이 되기도 했다.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반장과 사이가 틀어지는 걸 원하지 않아서 별다른 개입은 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을 이런 사정을 알았는지 한범이를 케어하는 역할을 나에게 자주 맡기셨다. 소풍 같은 활동시에는 한범이를 데리고 다녔고, 한범이의 실업계 고교 지원 원서를 내는데 따라가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상당히 귀찮았고 녀석에게 큰 관심이 없었지만 최소한 그를 괴롭히지는 않았기 때문인지 한범이도 날 편하게 생각했다. 중학교 졸업 후 우리는 연락이 끊겼다. 애초에 난 걔를 친구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학에 들어간 후 동네에서 한범이를 마주친 적이 있는데, 우리는 서로 인사는 했지만 의례적인 인사만 나누고 돌아섰다.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변함없이 어수룩했지만 그늘져보이진 않았고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새벽에 잠이 깬 아들을 재우느라 옆에 누워있을 때 문득 30년 전 그 친구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항상 깨끗한 옷을 입고 도시락을 챙겨서 등교했었다. 누군가 그를 보살피고 있었을 것이다. 그를 먹이고 입히고 씻겼을 것이다. 내가 지금 내 아들에게 하는 것 처럼 말이다. 그땐 왜 몰랐을까? 그의 부모님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들을 보면 얼마나 가슴아팠을지. 누군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