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2026. 6. 13. 




어떤 친구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고 했다. 내가 그 일기를 다시 읽느냐고 했더니 그는 아니라고 했다. 읽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가 죽은 후에는 누군가가 그 일기를 읽게 될텐데 결국은 다시 읽히는 날이 오는 것 아니냐고 했고 그는 그런 가능성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화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읽히지 않을 글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닐까. 읽히지 않은 채 사라진다면 그 글은 존재한 적이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다. 글은 누군가에게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나 자신에게라도 다시 읽혀야 한다. 

김동조 선생은 본인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한다고 말한다. 본인의 글을 가장 많이 읽는 것은 자신이라고 했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이어야 타인에게 보여줄 가치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글을 쓴다. 나는 과거의 내가 보내온 편지를 보물처럼 간직하고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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