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평 : 광인 (이혁진, 민음사)

작가의 전작 <사랑의 이해>는 읽지 않았지만 드라마를 아주 좋게 봤었다. 주인공 해원은 40대 초반의 싱글 남성. 그가 주식투자, 대출없는 아파트, 채굴같은 단어를 말하는 것이 내 또래라는 인식을 주어서 친근했고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결혼 못한 스트레스로 엄마와 연락을 안한다는 설정. 이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지. 작가님 또한 딱 이 또래의 사람이었다. 위스키를 잘 모르지만 작중에 묘사되는 위스키의 맛에 대한 표현이 정말 좋다. 나도 위스키를 마셔보고 싶을 정도였다. <경고> 스포일러 주의. 책을 읽고 난 후에 읽는 것을 권장함. 이 책에서 주인공 2인, 준연과 하진이 철학 이야기를 많이 해서 읽기가 조금 괴로웠다. 면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십중팔구는 없을 것이고,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그와의 대화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독자는 정말로 면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기분을 느낀다. 아마도 작가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평소 생각한 것을 말하고 있나 싶었다. 준연과 하진이 이런 철학을 깊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인물 설정이기도 했다. 그들의 실제 삶도 그런 모습이기에 망정이지, 그냥 듣기에는 개똥철학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내용들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나, 해원이 서서히 미쳐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풀어놨기 때문에, 중간에는 조금 읽기가 버거웠다. 특히 불을 지르기 직전에는 개새끼라는 둥 원색적인 욕설을 동원하여 증오심을 표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결국 준연과 하진을 두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혼자만의 망상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급격히 반전하는 심정을 묘사하는 것도 인상깊었다. 해원의 그릇이 크지는 않지만, 해원을 미쳐가게 만든 준연과 하진 두 남녀도 잘못했다는 생각이다. 그들의 도덕적 기준이 너무 높다. 두 남녀가 외딴 산속에서 몇날며칠을 밤낮으로 일하는 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