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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세 여자 (리사 태디오, 코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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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일단 매우 흥미로움에는 틀림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세 여자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다. 치부를 드러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밀한 사건과 감정들. 책 홍보문구에서는 여자의 성욕을 다룬다고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인 나로서는 흥미진진했지만,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여자의 성욕을 이해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세 여자의 성욕이 어떤 전형적인 사례라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 다만, 이 책의 이야기들은 어떤 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고, 독자의 마음에는 의문과 여러 감정들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어떤 것을 느끼는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어서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정리해보면,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여성들이 자신을 파괴하는 양상에 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감상을 더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매기. 그녀는 성숙한 어른과의 꿈같은 사랑을 시작하지만 그 사랑은 파국으로 끝난다.  그녀는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놀랍고 신비한 세계를 탐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른은 그저  일탈의 기회를 잡고 실행한 것 뿐이고, 일이 꼬이는 순간 즉시 배신한다. 그들이 문자로 대화를 그토록 길게 이어간 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그녀가 그에게 편지를 쓴 순간 이미 무언가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물론 그 어른은 개새끼이지만, 케미가 불타오르는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그것이 타오르게 내버려둔 것이 문제이다. 슬론. 그녀의 사랑은 사랑이기는 한 건가? 그녀에게는 섹스 뿐인 것 같다. 그녀는 섹스와 사랑을 헷갈려하는데, 그것은 마음에 구멍이 나있기 때문일까? 남편의 변태적 성향으로 그녀는 스스로도 긴가민가 하는 관계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녀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은 어디에...

독서평: 마음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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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강상중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였고 그 다음에는 <산시로>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작품, <마음> 또한 강상중 선생님의 추천으로 손에 잡게 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들의 정서에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고 강하게 반발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것은 주인공의 비겁함, 그리고 복수의 수단으로서의 자살에 대한 반감입니다. 자살은 혼자만의 죽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빼앗는 일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살로 인해 주변인들은 크나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물론 메이지 시대의 인간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저는 작중의 인물들이 매우 미성숙하고 비겁하며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인물들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공명할 현대의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한 저의 주장을 아래에 정리하였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스포일러 주의 스포일러 주의 읽다가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워서 괴로웠습니다. 비열하게 사랑을 차지한 주인공의 방법은 잘못되었습니다.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K군의 방법도 잘못되었습니다.  주인공은 K군의 복수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잘못되었습니다.  1. 학생시절 주인공의 미성숙함은 좀 안타깝지만 저 또한 10대 후반 20대 초반에는 저렇게 비겁하고 미성숙했던 것 같아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면서, 친구를 질투하고 고뇌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거쳐야 할 단계 같은 것입니다. 저는 그들의 미성숙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성숙한 채로 남아있었던 것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2. 선을 넘는 악행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주인공이 평소에 느껴왔던 열등감과 질투심을 응축시켜 K군이 사랑을 포기하도록 종용한 것입니다. 평소 K군이 즐겨 사용하던 관념들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서 파괴력...

독서평: 마음을 치료하는 법 (로리 고틀립, 코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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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가 심리치료를 받는 이야기. 너무 재밌습니다. 저자의 삶 이야기도 재밌지만,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 재밌어요.  왜,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더 재미있게 하는 사람 있잖아요. 저자가 딱 그런 사람입니다. 37살까지 싱글이던 저자. 아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연애는 안 풀리고. 다급한 마음에 일단 정자기증자부터 찾아 나서는데..  정자기증자와 연애가 시작된다면 어떨 것 같을지? 이 부분이 너무 재밌으니 꼭 읽어보세요. 한국에서도 사유리 씨가 이렇게 비혼출산을 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었죠. 내담자 4인의 이야기와 저자 본인의 상담 내용이 번갈아 나오면서 심리상담의 가치를 실감합니다.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내담자를 간략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소개만으로는 그 모든 이야기를 알 수 없으니, 꼭 책을 읽어보세요! 존, 아들을 잃고 오랫동안 괴로워하는 심술쟁이. 그의 심술은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결국엔 그도 마음을 회복하게 될까? 줄리, 죽음을 앞둔 30대 의사. 새로운 삶을 조금이라도 살아보고자 마트 계산원으로 취직한다. 그녀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남편에게 꼭 새여자를 찾으라고 당부하는 모습. 너무 슬픈데 왜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지. 리타, 70대의 미녀 할머니. 자식들과 의절 상태인 것이 너무나 가슴아프지만, 그녀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 빛나는 재능은 절대 죽지 않는다. 70대가 가장 행복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고백한 편지를 그 남자는 받아들여 주었고, 심지어 자식들과의 관계가 회복된다!  샬럿, 불안 덩어리 소녀. 애착 문제와 알콜 중독으로부터 어떻게 빠져나올지.. 참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