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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구하라, 바다에 빠지지 말라 (리처드 로이드 패리, 알마 출판사)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로 수만명이 사망한 가운데, 도호쿠의 오카와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대부분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학부모들은 같은 재난을 겪은 다른 지역에서는 어린이 사망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오카와 초등학교의 비극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부 아이들이 산으로 가야한다고 말했지만, 교사들이 그들을 통제하고 오히려 위험이 커지는 방향으로 아이들을 인도한 것이 드러나고... 

저자의 취재 여정을 따라가며 진실이 한 겹씩 드러날 때마다, 아이들을 잃어버린 가족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고통은 읽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인터뷰는 건조하면서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수많은 가족의 아픔들은 모두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또 가슴이 아팠던 것은, 입장의 차이로 인해 유족들 또한 서로 반목하게 되어버리는 모습들입니다. 유해를 찾아 끈질기게 노력하는 엄마는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는 엄마를 미워합니다. 소송을 준비하는 엄마는 일본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자신들을 돕지는 못할 망정 미워하는 유족들이 서운할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슬픈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재난 가정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서양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들은 같은 일본인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내보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일본 특유의 수동적 태도, 무기력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일본 특유의 체면 문화와 공감능력 부족은 유족들에게 얼마나 잔인한지. 


한국 사회가 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생각나게 만드는 대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과 어쩌면 그렇게 비슷한지. 사고 이후에 정부와 당국이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장면도 기시감을 느끼게 합니다.
 
팩트 위주의 간결한 문장에서,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도 이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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