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평: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수전 올리언, 글항아리)

  • 다 읽고 나서 제목을 다시 보면 좀 지나치게 거창하다. 원제는 그냥 <도서관의 책 The Library Book>이라서 좀 밋밋했는지 이런 제목을 붙였다. 
    • 그러나 음미해보면 원제가 더 좋다. 이 책은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저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책이다. 

  • 당신은 도서관을 얼마나 이용하는가? 당신의 삶에서 도서관이란 어떤 존재인가?
    • 도서관에 잘 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큰 감흥이 없을 것이다.
    • 도서관을 사랑한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모든 이야기를 다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 도서관은 커뮤니티이자 사회안전망이기도 하다. 

  • 이 책은 LA중앙도서관 화재사건을 취재하는 르포르타주이기도 하면서, 그 도서관의 역사를 다루고, 도서관의 현재를 관찰한다. 그러니까 3개의 서사를 교차하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인 셈이다. 
    • 각 챕터는 매우 짧은 분량이지만 3개의 이야기가 계속 교차되므로 처음에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 하지만 저자가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저자의 취재 여행을 함께하는 느낌이다.

  • LA중앙도서관 화재사건
    • 이 부분은 두가지 성격이 있다.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와, 도서관의 화재로 크나큰 상실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 
    • 그 화재가 있던 날 수상한 행적을 보이는 사람, 그를 기소한 수사관들을 인터뷰하고 사실들을 재구성하는 것은 탐정의 정석 같은 행보이다.
    • 사랑해마지 않는 도서관이 불타고, 소화수로 젖어서 망가진 책들도 산더미. 도서관 화재에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 젖어버린 책을 되살리려는 노력에 시민들이 동참하는 이야기가 인상깊다.

  • LA중앙도서관의 역사
    • LA중앙도서관은 LA라는 도시의 성장과 함께 자라났다. 
    • 역대 도서관장의 인물 군상 이야기들. 화재가 발생한 그 건물이 지어지기까지의 내력들은 미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다. 
    • 여성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던 시절, 흑인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던 시절 등등, 도서관의 역사를 이 책 말고 다른 책에서 접한 적이 없다. 

  • 도서관 사람들
    • 도서관은 공짜이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시설들. LA중앙도서관이 단순한 책 읽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을 분담하는 모습도 인상깊다.
    •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군상이 다양하고 재미있다. 
      • 나 또한 책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모습들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 무료이기 때문에 모여드는 노숙자들.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도서관.
    • 나는 도서관이 도보권에 있는 집에서 오래 살아서 도서관에 많이 갔었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정취가 매우 익숙했다. 도서관에서 몇 시간을 보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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