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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 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달로와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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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분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소설인데, 처음에는 어쩐지 조금 시시하게 느껴졌습니다. 무기력한 주인공이 우연히 구립 커뮤니티 센터의 도서실에 들렀다가, 힐링받고 새로운 힘을 얻어 의욕적으로 살아간다는, 조금 뻔한 이야기일 것 같아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게 만든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너졌던 삶을 일으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이 책이 주는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요. 삶을 반전시키는 계기를 주는 것은 바로 도서실을 방문하는 이벤트입니다.  사서는 무심하게 방문자의 목적을 묻고, 그의 상황을 몇 마디만 듣고는 척척 책을 추천해줍니다.  그 추천 목록을 받아본 방문자는 어리둥절해지고 맙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어쨌든 그 책을 대출하고 읽어봅니다. 왜냐하면, 달리 별다른 수도 없기 때문 입니다.  <타력>이라는 책 에서 이런 기분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간절하게 바라는 목적에 대해 말하는 책이 아닌, 전혀 엉뚱한 책이야말로 내 삶에 해답을 가져다주는 일이 일어납니다.  물론 그 책에서 답이 나온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책을 손에 들고, 펼쳤을 때 어떤 일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부담없이 한 번 읽어보세요. 도서관에 한 번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독서평: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수전 올리언,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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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 제목을 다시 보면 좀 지나치게 거창하다. 원제는 그냥 <도서관의 책 The Library Book>이라서 좀 밋밋했는지 이런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음미해보면 원제가 더 좋다. 이 책은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저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책이다.  당신은 도서관을 얼마나 이용하는가? 당신의 삶에서 도서관이란 어떤 존재인가? 도서관에 잘 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큰 감흥이 없을 것이다. 도서관을 사랑한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모든 이야기를 다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도서관은 커뮤니티이자 사회안전망이기도 하다.  이 책은 LA중앙도서관 화재사건을 취재하는 르포르타주이기도 하면서, 그 도서관의 역사를 다루고, 도서관의 현재를 관찰한다. 그러니까 3개의 서사를 교차하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인 셈이다.  각 챕터는 매우 짧은 분량이지만 3개의 이야기가 계속 교차되므로 처음에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저자의 취재 여행을 함께하는 느낌이다. LA중앙도서관 화재사건 이 부분은 두가지 성격이 있다.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와, 도서관의 화재로 크나큰 상실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 화재가 있던 날 수상한 행적을 보이는 사람, 그를 기소한 수사관들을 인터뷰하고 사실들을 재구성하는 것은 탐정의 정석 같은 행보이다. 사랑해마지 않는 도서관이 불타고, 소화수로 젖어서 망가진 책들도 산더미. 도서관 화재에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 젖어버린 책을 되살리려는 노력에 시민들이 동참하는 이야기가 인상깊다. LA중앙도서관의 역사 LA중앙도서관은 LA라는 도시의 성장과 함께 자라났다.  역대 도서관장의 인물 군상 이야기들. 화재가 발생한 그 건물이 지어지기까지의 내력들은 미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다.  여성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던 시절, 흑인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던 시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