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평 : 완전한 구원 (에단 호크, 다산책방)

에단 호크가 소설을 썼다고?

에단 호크라는 배우가 제작자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그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작품을 좋게 봤던 기억도 있어서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냥 단순한 유명 배우가 아니라,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기억에 남아있었기에, 에단 호크가 썼다고 하는 이 소설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배우의 삶을 워낙 자세하게 묘사해주는 터라, 에단 호크가 실제 경험한 일들을 기반으로 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나는 가십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라, 그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젊은 나이에 벼락 스타가 된 영화배우가 주인공이기에, 혹시나 본인의 자전적 내용이 얼마나 반영되어 있을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조사해봤더니, 과연 그는 옛적에 우마 서먼과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살다가 이혼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 속 주인공이 톱스타 여성과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살다가 결혼이 망가진 것도 실제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한 편의 연극과 함께 되살아나는 삶 

이야기는 어느 영화배우가 귀국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시시한 것 같지만, 주인공이 연극에 몰입하기 시작하면서 독자도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간다. 

연극을 시작하기 전의 주인공은 결혼이 망가지고 삶이 막다른 길에 다다른 느낌이다. 감정적으로도 불안정하고 그의 파경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어 모든 사람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한 마디씩 하려고 벼르고 있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그가 어느 택시기사에게 결혼에 대한 잔소리와 함께 부유하기 때문에 모욕적인 설교를 들어도 싸다는 대접을 받을 때는 정말 진저리가 날 정도였다. 

삶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셰익스피어 원작의 연극에 참여하게 된다. 이 연극의 대본 리딩 연습, 리허설, 실제 공연까지의 모든 순간들은 그가 치유되는 과정들이다. 그에게 남겨진 것이란, 이 공연의 캐릭터를 잘 연기해내는 것, 그것 하나로 수렴되어버리고.. 집중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소명이 오히려 그를 구원하는 것이다. 

하나의 연극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재미있다. 
  • 연출자의 카리스마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는 쟁쟁한 배우들이 모인 출연진들을 어르고 달래면서 자신의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데, 소설을 읽고 있는 나까지도 휘어잡는 연설을 하는 것이었다. 특별히 강경한 의사표현은 없었지만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 주인공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순간의 감정도 생생하게 묘사해줘서 좋았다. 마치 내가 공연을 직접 하는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 무대에 등장하기 직전의 긴장감과 무대에 나가자마자 느끼는 어색함, 곧이어 연극의 인물이 되어버리는 그 경험. 연기하면서 느끼는 순간적 감정들도 생생하고, 퇴장한 후 다시 등장할 일이 없게 되면서 느끼는 후련함과 무대 뒤편에서의 소소한 장면들도 모두 내가 직접 겪은 느낌이다. 

주인공은 뉴욕 타임스 리뷰의 혹평을 읽고 환희를 느끼는데, 이 장면이 이 소설의 백미이다.(소설을 읽어야 알 수 있음)

연극이 최종 공연을 마치면서 이 소설도 끝난다. 연극의 쫑파티는 주인공의 새로운 삶을 축하하는 자리이다. 다시 기운을 차린 주인공은 삶의 의욕을 되찾고, 이 여정을 함께한 독자도 삶에 대한 의욕을 되찾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울림이 있었던 명대사 몇개 

  • "자기연민은 도움이 안돼, 그렇지?"
  • 인생이란 예측 불가능하며 누구도 인생의 자유통행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54)
  • "...나는 너와 나 사이의 치유를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 네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아. 심지어 우리의 건강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아무것도.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마땅한지조차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깨달았거든. 언제나 나는 사랑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그뿐이야." (303)
  • "여행 중에 눈앞의 순간에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정신을 집중할 수 없네. 알겠나?” 왕이 빙긋 웃었다. “문제는 두려움이야. 자네 목소리가 아니라." (313)
    • 나는 현재를 비틀어서 허상을 만들어내려 하지 않아. 반박할 수 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 넌 네 마음을 창처럼 사용해야 돼. 너의 애정, 남들에게 약점으로 여겨지는 부분, 네가 취약한 부분, 사랑, 따스함으로 싸워야 한다고. 그게 요령이야. 술수 같은 건 없어. 완전히 마음을 열고 세상의 모순을 받아들이는 거야. 예를 들어, 미국에서 흑인 남자로 태어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이자 가장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식이지. 둘 다 진실이야. 열린 마음에 사랑과 애정을 담고 모순을 받아들여, 무슨 말인지 알겠어?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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