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평 : 초조한 마음 (슈테판 츠파이크, 문학과지성사)
연민이라는 감정과 그로 인해 번민하는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묘사하는 작품. 제목 그대로 주인공의 초조한 마음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 뛰어나다. 간단하게 말해서, 주인공은 미성숙한 인격을 갖고 있다. 읽고 있노라면 이런 병신같은 놈이 있나 싶지만, 나 역시 미숙하던 시절에 이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다. 자신만의 기준이 없고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연약한 심성 말이다. 그리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 비겁함. 자신의 언행이 어떤 무게를 갖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자는 위험인물이다. 이런 미성숙함으로 인해 큰 비극이 일어나는 일은 흔하지 않지만, 분명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고, 그러한 가능성을 극단까지 가져가보는 것은 문학작품만이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작품 내내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한다. 연민으로 접근한 상대에게서 구애를 받자, 거절했다가 다시 연민 때문에 흐지부지 다가가고 거절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읽는 사람도 주인공과 같이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주인공의 공포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관계에 구속되는 것이다. 케케스팔바 가족을 동정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가족이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케케스팔바 가족은 동유럽에서 백안시되는 유대인인데, 동료 집단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이러한 주인공의 공포를 극명하게 이미지화 한 것이 아라비안 나이트의 노인 악마이다. 힘없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서 동정을 구하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업어주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고 피해자를 통제하는 악마. 어느 늦은 밤 자신의 방으로 찾아와 딸의 사랑을 받아주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주겠다고 제안하는 케케스팔바 노인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마음에 그 악마가 겹쳐보인다. 그리하여 결연하게 노인을 거절하고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쓸쓸하게 돌아가는 노인을 보고는 그만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그녀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