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평 : 초조한 마음 (슈테판 츠파이크, 문학과지성사)

  • 연민이라는 감정과 그로 인해 번민하는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묘사하는 작품. 제목 그대로 주인공의 초조한 마음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 뛰어나다.


  • 간단하게 말해서, 주인공은 미성숙한 인격을 갖고 있다. 
    • 읽고 있노라면 이런 병신같은 놈이 있나 싶지만, 나 역시 미숙하던 시절에 이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다. 
    • 자신만의 기준이 없고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연약한 심성 말이다. 
    • 그리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 비겁함. 자신의 언행이 어떤 무게를 갖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자는 위험인물이다.
    • 이런 미성숙함으로 인해 큰 비극이 일어나는 일은 흔하지 않지만, 분명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고, 그러한 가능성을 극단까지 가져가보는 것은 문학작품만이 할 수 있다.

  • 주인공은 작품 내내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한다. 
    • 연민으로 접근한 상대에게서 구애를 받자, 거절했다가 다시 연민 때문에 흐지부지 다가가고 거절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 읽는 사람도 주인공과 같이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 주인공의 공포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관계에 구속되는 것이다. 
    • 케케스팔바 가족을 동정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가족이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 케케스팔바 가족은 동유럽에서 백안시되는 유대인인데, 동료 집단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 이러한 주인공의 공포를 극명하게 이미지화 한 것이 아라비안 나이트의 노인 악마이다.
      • 힘없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서 동정을 구하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업어주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고 피해자를 통제하는 악마. 
      • 어느 늦은 밤 자신의 방으로 찾아와 딸의 사랑을 받아주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주겠다고 제안하는 케케스팔바 노인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마음에 그 악마가 겹쳐보인다. 
      • 그리하여 결연하게 노인을 거절하고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쓸쓸하게 돌아가는 노인을 보고는 그만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해버리고 만다.
 
  • 백미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이면서, 그 집안에서 자신이 신이 된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는 장면. 
    • 주인공은 나는 그 순간 신이었다라는 문장을 3번이나 반복하면서 희열을 느끼지만, 그 희열은 고작 한 순간에 공포와 번민으로 뒤바뀌고... (스포일러 방지)

  • 주인공은 스스로의 나약함에 환멸을 느끼고, 자신의 실언으로 일어난 비극 때문에 스스로를 사지로 몰아넣지만… (스포일러 방지)

  • 주인공과 대비되는 인물이 바로 케케스팔바 가문의 주치의이다. 
    • 그는 자신의 연민에 책임을 졌다. 
    • 바꿔 말해, 책임질 수 없는 연민은 갖지 않는다.

  • 주인공은 아직 1차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오스트리아 육군 장교이다. 슈테판 성당이나 빈 같은 익숙한 장소들에 대한 언급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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