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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향모를 땋으며 (로빈 윌 키머러, 에이도스 출판사)

이 책을 친구들에게 추천할 때 항상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정말 영적인 책이라는 것이다. 뚜렷한 종교색을 갖지 않고도 이렇게 영적일 수 있나? 북미 원주민의 믿음이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떠들석하게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데도 영성이 깊게 느껴진다.


읽는 동안 너무 좋아서, 아껴읽으려고 천천히 읽은 책이다. 여기에서 몇가지 인용구로 책의 감동을 전해보려 한다.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감상이기에, 다분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꼭 직접 읽어보기를 추천드린다. 내가 미처 읽어내지 못한 깊은 영성을 느낄수 있을지도 모른다.


1. 선물에 관하여

저자는 우리가 선물을 받은 존재임을 말한다. 선물을 받은 자는 은혜를 받은 자이다. 자격이 없어도 주어지는 것이 선물이다. 저자가 말하는 선물에 대해, 그리고 내게 주어진 선물들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내 마음은 더없이 풍요로워진다.

"정말이야? 나를 위해서? 내게 그런 자격이 있을까."

50년이 지났는데도 딸기의 너그러움에 어떻게 보답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가끔은 바보 같은 질문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답은 간단하니까 먹어.

'선물이 발치에 한가득 뿌려져 있는 세상'이라는 나의 세계관을 처음 빚어낸 것은 딸기였다. 선물은 나의 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공짜로 온다. 내가 손짓하지 않았는데도 내게로 온다. 선물은 보상이 아니다. 우리는 선물을 제 힘으로 얻을 수 없으며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없다. 선물을 받을 자격조차 없다. 그런데도 선물은 내게 찾아 온다. 우리가 할 일은 눈을 뜨고 그 자리에 있는 것뿐이다.

2. 호혜성에 관하여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호혜성을 말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나눠줄 수 있는 존재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항상 풍요로움을 나눠주었다. 우리는 자연에게 무엇을 주는가? 우리는 자연에게 선물을 받았으므로, 우리는 자연과 유대관계를 맺은 존재들이다. 한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영원히 함께해야 할 존재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는 서로에게 나눠줄 때 더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향모의 예를 보자. 향모는 수확할 수록 더욱 번성한다. 수확되지 않은 향모밭은 오히려 말라간다. 자연은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선물함으로서, 그 자신도 더욱 풍요로워졌으리라.


선물은 진행형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나는 감사 편지를 쓸 것이다. 양말을 소중히 간직할 테고, (아주 착한 손녀라면) 양말이 맘에 들지 않아도 할머니가 오실 때면 그 양말을 신을 것이다. 할머니 생신 이 되면 틀림없이 답례로 나도 선물을 할 것이다. 학자이자 작가 루이스 하이드 Lewis Flyde가 말한다. "선물이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의 유대 관계를 확립한다는 것은 선물과 상품 교환의 결정적 차이다."

자주색과 황금색의 짝은 호혜성을 살아냈다. 하나의 아름다움이 나머지 하나의 빛을 받아 더욱 빛난다는 것이다. 참취와 미역취 곁에 있으면 그 아름다움은 내게 호혜성을 요구한다. 보색이 되라고, 자신이 베푼 아름다움의 대가로 너도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만들라고.

엄마는 야영장을 떠나기 전에 주변을 샅샅이 치우도록 했다. 올 때보다 갈 때 더 좋은 곳이 되게 하렴.


3. 완전히 새로운 생각들

북미 원주민들은 모든 존재를 인격체처럼 대하기에 그런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멈추게 한 구절들이 많았다. 그런 생각을 다른 어떤 곳에서도 접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는 기회를 얻었다. 

대지도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나요?

나무는 이 바구니에 생명을 선사했어요. 그러니 여러분에게는 책임이 있어요. 나무의 희생에 대한 댓가로, 아름다운 것을 만드세요.

어려움에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 모든 것이 편리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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