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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팻 바커, 비에이블)

모르는 사람이 없는 트로이 전쟁. 우리는 이 전쟁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고 어떻게 끝났는지를 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전쟁을 모른다. 이 책을 펼치면 당신은 그 시간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고대 전쟁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1. 실감나는 전쟁과 인물 묘사

  • 신화의 한 장면으로만 알고 있던 트로이 전쟁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 가장 인상적이다. 전쟁터의 피냄새, 매캐한 연기, 죽어가는 부상병들과 구역질나는 냄새들. 
  • 외롭고 거칠고 모순에 빠져있는 우리의 영웅 아킬레우스.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영웅이지만, 그의 내면은 한없이 빈궁하고 유아적이다. 전쟁에서 이탈했다가 복귀하는 찌질함. 누구보다 사랑했던 친우를 잃고서 그는 내면에서부터 무너지고. 아가멤논과의 기싸움도 실감나게 묘사된다. 


2. 여성의 관점으로 본 전쟁

  • 주인공은 전쟁 포로로 잡혀온 왕족의 여성 브리세이스이다. 그녀는 전쟁의 포상으로서 그리스의 용장 아킬레우스에게 "배분"된다.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고대의 사회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 그녀는 아킬레우스를 포함한 모든 인물들과 전쟁터 전체를 관찰하고 마치 현대적인 여성처럼 분개한다. 그녀는 저자의 페르소나이다. 여성 인권이란 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던 고대 신화속에서 분개하는 브리세이스를 보는 독자는 현재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대의 여성들은 브리세이스의 분노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 포로로 잡혀온 전쟁터의 여자들의 모습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가족을 잃고 전쟁터의 상품이 되어버린 아픔을 공유하는 그녀들. 그들은 서로를 돌보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면서 상처를 견뎌 나간다. 남편과 자식을 살해당한 후 어느 장군에게 "배분"된 부인이 어느새 새 남편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어하는 브리세이스. 
  • 그러나 그녀도 아킬레우스를 생각하는 마음은 복잡하다.  어머니의 사랑을 못받아 비뚤어진 아킬레우스를 측은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생의 친우를 잃고 난 아킬레우스는 망가지기 시작하고, 브리세이스에게 부지불식간에 의지하게 된다. 나에게 의지해오는 거칠지만 순수한 남자를 미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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