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아기인 아들이 나를 많이 사랑한다. 내가 출근하면 크게 울면서 나를 잡는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우는 걸 아내가 달래러 가면 아빠 오라고 한다. 내가 안아주면 울음을 그치고 안정을 찾는다. 나는 잠이 모자라서 죽을 맛이지만 내 품에 안긴 아기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아들이 없는 편안한 밤을 내게 준다고 하면 나는 거부할 것이다.
2026. 6. 16. 영화 F1을 뒤늦게 봤다. 레이싱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아서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도전이 된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소니(브래드 피트)는 20년 전 촉망받는 신인이었지만, 모종의 사고로 현장을 떠난 레이서이다. F1으로 돌아올 기회를 만나자 그는 승부를 건다. 그를 맞아 들인 팀은 패배에 익숙해져서 싸우는 법을 잊은 상태이다. 그는 팀을 도발하고 자극하여 변화시킨다. 당연히 갈등이 발생하지만 사람들은 소니에게 감화되고 팀은 강해진다. 이런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소니는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한다. 통념을 깨뜨리고 규칙을 어기는 것까지 팀 승리의 전략으로 활용한다. 그는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그는 다른 차량과의 충돌도 불사하고, 도그파이트에 유리하도록 차량 재설계를 요구한다. 안전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엔지니어에게 승리보다 안전이 중요하냐고 되묻는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매튜 매커너히는 <그린라이트>에서 무법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규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가끔은 규칙을 어겨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승리를 위해 규정된 선, 안전선을 넘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그것은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선을 넘는 결정은 베팅과 같다. 처벌받을 가능성과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을 견줘봐야 한다. 그래서 소니는 경기에 나설 때 트럼프카드를 무작위로 한장 가져간다. 인생이 나에게 내미는 패가 무엇이든, 승부를 받아들이고 싸우겠다는 의지이다. 패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패를 들고 싸우기 위한 전략, 싸워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노래를 불러봅시다. 이번에는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넬라판타지아를 불러보고 싶어졌습니다. 박기영님의 노래 영상을 감상해보세요. 귀찮으니까, 전체 가사를 다 보지 않을게요. 따라부르고 싶은 하이라이트 부분만 봅니다. 읽는 법도 같이 써보았습니다.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이오 소뇨 다니메 께 소노 쎔쁘레 리베레 Come le nuvole che volano. 꼼메 레 누볼레 께 볼라노 Pien' d'umanità in fondo all'anima. 삐엔 두마니따 인 폰도 라니마 나는 저 떠다니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을 꿉니다. 영혼 깊은 곳까지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단어 중에 이미 아는 단어들도 좀 보입니다. io : 나는 sono : 이다(be동사) sempre : 항상 잘 모르겠는 단어들은 의미를 추측해봅니다. libere : 자유로운 nuvoloe : 꿈 fondo : 가득한 이만큼만 해도 이제 머리가 아프고 하기 싫어졌습니다. 그만할게요. 추측한 단어가 맞는지 체크해보고 싶지만, 그러지 않겠습니다. 귀찮거든요. 그리고, 어차피 저 단어들은 다시 만나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여기까지지만, 혹시 가사 전문을 보시고 싶은 분을 위해 남겨놓겠습니다. 가사 전문 보이기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넬라 판타지아 요 베도 운 몬도 주스또 나는 환상속에서 모두들 Li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à. 리 뚜띠 비보노 인 빠체 인 오네스따 정직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봅니다.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이오 소뇨 다니메 께 쏘노 쎔쁘레 리베레 나는 떠다니는 구름처럼 Come le nuvole che volano, 꼼메 레 누볼레 께 볼라노 항상 자유로운 영혼으 꿈꿉니다. Pien' d'umanità in fond...
2026. 6. 24. 출장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를 보았다. 이탈리아 영화라서 선택했다. 이탈리아어 대사를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딱히 기대를 갖고 보진 않았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영화는 1950년 경 이탈리아 남부 어느 마을의 풍경을 흑백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촌티가 팍팍나는 시골 마을, 패전 직후의 궁핍한 모습이 한국의 옛날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나로선 시간여행까지 경험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가정주부 델리아는 아내이자 어머니이다. 살림을 도맡으면서도 여러가지 부업으로 돈을 벌어오는 사실상의 가장이다. 무능한 남편, 병상의 시아버지, 다 큰 딸과 말썽쟁이 두 아들은 모두 그녀만 바라보고 사는 것 같다. 어느 날 그녀에게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하고, 그녀는 이 삶에서 탈출할 결심을 한다. 계속해서 도망칠 기회를 엿보는 델리아를 지켜보는 관객은 계속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탈출하기까지 몇 번의 고비를 넘겨야 하는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 와중에 딸 의 약혼식은 잘못될 수 있는 모든 일이 잘못되면서 관객을 괴롭힌다. 마침내 탈출에 성공한 그녀가 쟁취한 것은 관객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의도적으로 관객을 속인 셈인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감독의 능력에 감탄했는데, 찾아보니 주연 여배우인 파올라 코르텔레시가 감독이었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여성이 만드는 여성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가 좋은 이유도 알 것 같다. 델리아의 남편은 무능한 주제에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고 피해의식도 강한 모습이다.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이런 모습으로 비춰질까? 우리 남성들은 늘 서늘한 마음으로 경계해야 한다.
2026. 6. 13. 어떤 친구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고 했다. 내가 그 일기를 다시 읽느냐고 했더니 그는 아니라고 했다. 읽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가 죽은 후에는 누군가가 그 일기를 읽게 될텐데 결국은 다시 읽히는 날이 오는 것 아니냐고 했고 그는 그런 가능성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화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읽히지 않을 글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닐까. 읽히지 않은 채 사라진다면 그 글은 존재한 적이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다. 글은 누군가에게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나 자신에게라도 다시 읽혀야 한다. 김동조 선생은 자신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한다고 말한다. 본인의 글을 가장 많이 읽는 것은 자신이라고 했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이어야 타인에게 보여줄 가치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글을 쓴다. 나는 과거의 내가 보내온 편지를 보물처럼 간직하고 꺼내본다.
2026. 7. 3. 중학교 3학년 때 나는 부반장이었다.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이 정하신 것이다. 반장은 집이 좀 살고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외향적인 애였지만 나랑은 잘 안맞았다. 난 그저 고교입시에만 집중하느라 바빴고, 나만 생각하는 미숙한 중학생이었다. 우리 반에는 한범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눈이 약간 사시였고 걸을때 약간 부자연스러웠다. 공부랑도 거리가 멀고 약간 어수룩했다. 눈 부근이 항상 부은 모습이어서 아이들은 밤탱이라고 그 친구를 놀렸다. 특히 반장 녀석이 좀 집요하게 괴롭혔던 기억이 난다. 한범이는 놀림을 받으면 발끈해서 요즘말로 타격감이 좋았던 모양이다. 가끔 도가 지나치면 울상이 되기도 했다.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반장과 사이가 틀어지는 걸 원하지 않아서 별다른 개입은 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이런 사정을 알았는지 한범이를 케어하는 역할을 나에게 자주 맡기셨다. 소풍 같은 활동 시에는 한범이를 데리고 다녔고, 한범이의 실업계 고교 지원 원서를 내는데 따라가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상당히 귀찮았고 녀석에게 큰 관심이 없었지만 최소한 그를 괴롭히지는 않았기 때문인지 한범이도 날 편하게 생각했다. 중학교 졸업 후 우리는 연락이 끊겼다. 애초에 난 걔를 친구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학에 들어간 후 동네에서 한범이를 마주친 적이 있는데, 우리는 서로 인사는 했지만 의례적인 인사만 나누고 돌아섰다.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변함없이 어수룩했지만 그늘져보이진 않았고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새벽에 잠이 깬 아들을 재우느라 옆에 누워있을 때 문득 30년 전 그 친구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항상 깨끗한 옷을 입고 도시락을 챙겨서 등교했었다. 누군가 그를 보살피고 있었을 것이다. 그를 먹이고 입히고 씻겼을 것이다. 내가 지금 내 아들에게 하는 것 처럼 말이다. 그땐 왜 몰랐을까? 그의 부모님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들을 보면 얼마나 가슴아팠을지. 누군가...
2026. 5. 15. 퍼시벌 에버렛의 <제임스>를 읽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등장하기 때문에 반가웠다. 이 작품에서는 허클베리와 같이 모험을 떠나는 흑인 노예 짐이 주인공이다. 헉과 짐의 여정은 흥미롭다. 미국 곳곳의 사람들과 풍경들이 생경하면서도 재미있고, 빠른 전개에 지루할 틈이 없다. 어느 사기꾼 듀오와 만나는 장면은 블랙 코미디여서 출근길에 정신나간 사람처럼 웃고 말았다. 짐은 자신이 지옥에서 태어나 지옥에서 자랐다고 말한다. 노예로 살아야 하는 미국은 그에게 지옥이다. 짐의 시선을 통해 인간 이하로 취급받는 모든 순간들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노예제도는 인류의 부끄러운 역사이다. 영화 <노예 12년>이 생각나기도 했다. 짐은 긴 여정을 거치는 동안 치열한 고민 끝에 글을 써야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는 험난한 모험 중에도 작은 연필을 소중히 지니고 다닌다. 노예는 연필을 소유할 수 없었기에 그 연필은 누군가의 목숨 값이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그는 자유를 쟁취할 힘을 얻는다. 짐보다 더 큰 자유를 누리고 더 좋은 펜을 소유한 나로서는, 글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미시시피 강변 어딘가에서 물에 흠뻑 젖은 옷을 말려가면서 몽당 연필로 글을 쓰는 짐의 모습을 떠올리며 펜을 잡는다.
2026. 6. 4. 존 핀의 <해빗 메카닉>에서 인간은 습관으로 만들어진 존재라고 한다. 인간 행동의 98퍼센트는 무의식적인 습관에 따라 행해진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생활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일종의 자동화 기계와 같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로 독서모임을 했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한 줌밖에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한 줌의 가능성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는 것 뿐이다. <해빗 메카닉>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습관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당신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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