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아기인 아들이 나를 많이 사랑한다. 내가 출근하면 크게 울면서 나를 잡는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우는 걸 아내가 달래러 가면 아빠 오라고 한다. 내가 안아주면 울음을 그치고 안정을 찾는다. 나는 잠이 모자라서 죽을 맛이지만 내 품에 안긴 아기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아들이 없는 편안한 밤을 내게 준다고 하면 나는 거부할 것이다.
2026. 5. 15. 퍼시벌 에버렛의 <제임스>를 읽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등장하기 때문에 반가웠다. 이 작품에서는 허클베리와 같이 모험을 떠나는 흑인 노예 짐이 주인공이다. 헉과 짐의 여정은 흥미롭다. 미국 곳곳의 사람들과 풍경들이 생경하면서도 재미있고, 빠른 전개에 지루할 틈이 없다. 어느 사기꾼 듀오와 만나는 장면은 블랙 코미디여서 출근길에 정신나간 사람처럼 웃고 말았다. 짐은 자신이 지옥에서 태어나 지옥에서 자랐다고 말한다. 노예로 살아야 하는 미국은 그에게 지옥이다. 짐의 시선을 통해 인간 이하로 취급받는 모든 순간들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노예제도는 인류의 부끄러운 역사이다. 영화 <노예 12년>이 생각나기도 했다. 짐은 긴 여정을 거치는 동안 치열한 고민 끝에 글을 써야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는 험난한 모험 중에도 작은 연필을 소중히 지니고 다닌다. 노예는 연필을 소유할 수 없었기에 그 연필은 누군가의 목숨 값이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그는 자유를 쟁취할 힘을 얻는다. 짐보다 더 큰 자유를 누리고 더 좋은 펜을 소유한 나로서는, 글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미시시피 강변 어딘가에서 물에 흠뻑 젖은 옷을 말려가면서 몽당 연필로 글을 쓰는 짐의 모습을 떠올리며 펜을 잡는다.
2026. 5. 21. 로버트 M. 새폴스키의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를 읽었다. 꽤 두꺼운 책인데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지만, 그것을 받아들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한다. 매우 실망스럽다. 소로스는 <금융의 연금술>이라는 책에서 지퍼 이론을 말한다. 미래로 가는 길에는 수만가지 가능성의 분기점이 열려있지만, 현재에 이뤄지는 선택들이 그 중 하나의 경로를 확정짓게 되고, 과거를 돌이켜보면 오직 하나의 경로만이 보이게 되는데 그것이 외길처럼 보인다. 그 모양이 마치 지퍼가 채워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혹시 새폴스키는 과거가 하나의 경로처럼 보이는 것을, 사후적 관점에서 필연이라고 해석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 아닐까? 자유의지에 대해서는 테드 창의 의견을 좋아한다. 자유의지란 허상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은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고 자유의지를 실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의견을 선택하겠다.
2026. 5. 28. 디지털 ADHD 증상이 너무 심해져서,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이다. 정말이지 내 정신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이에 펜으로 손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분명한 효과를 느꼈다. 이제는 매일 출근하자마자 새 종이를 펴고 손글씨를 쓰면서 시작한다. 손글씨는 정신을 정돈하는 의식과 같다. 글을 쓰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재벌회장들이 괜히 서예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경험의 멸종>에서도 손글씨를 예찬한다. 손글씨는 일종의 그림그리기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손과 손가락은 물론 팔뚝의 기민성까지 요구한다. 그 수고에 미덕이 있다. 손으로 글쓰기에는 뼈와 살, 펜과 종이라는 실체가 존재하기에, 우리가 형체를 가진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당장 실행해보라. 물론 당신에게 잘 안맞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그것은 시기의 문제일 수도 있다. 나중에라도 다시 시도해보라.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된다.
노래를 불러봅시다. 이번에는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넬라판타지아를 불러보고 싶어졌습니다. 박기영님의 노래 영상을 감상해보세요. 귀찮으니까, 전체 가사를 다 보지 않을게요. 따라부르고 싶은 하이라이트 부분만 봅니다. 읽는 법도 같이 써보았습니다.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이오 소뇨 다니메 께 소노 쎔쁘레 리베레 Come le nuvole che volano. 꼼메 레 누볼레 께 볼라노 Pien' d'umanità in fondo all'anima. 삐엔 두마니따 인 폰도 라니마 나는 저 떠다니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을 꿉니다. 영혼 깊은 곳까지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단어 중에 이미 아는 단어들도 좀 보입니다. io : 나는 sono : 이다(be동사) sempre : 항상 잘 모르겠는 단어들은 의미를 추측해봅니다. libere : 자유로운 nuvoloe : 꿈 fondo : 가득한 이만큼만 해도 이제 머리가 아프고 하기 싫어졌습니다. 그만할게요. 추측한 단어가 맞는지 체크해보고 싶지만, 그러지 않겠습니다. 귀찮거든요. 그리고, 어차피 저 단어들은 다시 만나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여기까지지만, 혹시 가사 전문을 보시고 싶은 분을 위해 남겨놓겠습니다. 가사 전문 보이기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넬라 판타지아 요 베도 운 몬도 주스또 나는 환상속에서 모두들 Li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à. 리 뚜띠 비보노 인 빠체 인 오네스따 정직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봅니다.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이오 소뇨 다니메 께 쏘노 쎔쁘레 리베레 나는 떠다니는 구름처럼 Come le nuvole che volano, 꼼메 레 누볼레 께 볼라노 항상 자유로운 영혼으 꿈꿉니다. Pien' d'umanità in fond...
노래를 불러봅시다. 이탈리아 가곡에는 좋은 곡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어릴 적 음악교과서에서 배웠던 곡을 발견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기억이 새록새록. 파바로티가 부른 산타 루치아를 들어보세요 가사를 알아야 따라 부를 수 있으니 가사를 살펴봅니다. Sul mare luccica l'astro d'argento, 술 마레 루치카 라스트로 다르젠토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어리어) Placida è l'onda, prospero è il vento 플라치다 에 론다, 프로스페로 엘 벤토 (바람은 고요히 불어노누나) Venite all'agile barchetta mia 베니데 알라질레 바르케타 미아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Santa Lucia! Santa Lucia!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 아는 단어는 mia 하나, 그 외에는 다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한글가사와 단어 생김새(비슷한 영단어)를 토대로 추정을 해보겠습니다. l'astro : La astro 같습니다. 별이란 뜻이겠네요 luccica : 비춘다. lux랑 비슷해보여요. prospero : 잘된다. prosper랑 비슷해요. vento : 바람분다. vent랑 비슷해서요. barchetta mia : 내 배. 바르케타, 보트, 발음 비슷해요. 귀찮아서 여기까지만 할게요. 그렇지만 궁금한 분은 해설을 클릭하세요. 가사 해설 보이기 Sul mare luccica l'astro d'argento: Sul mare: "sul"은 전치사 "su"와 정관사 "il"의 결합으로 "on the"의 의미이며, "mare"는 "sea"입니다. 따라서 "sul mare"는 "바다 위에"를 의미합니다. luccica: "luccicare"의 3인칭 단수 현재 시제로, ...
2026. 6. 1. 나의 모든 기쁨, 나의 모든 비극은 이탈리아에서부터 온다. 아름다움이 늘 궁지에 몰리는 땅에서 내가 왔다. 장 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그녀를 지키다>를 시작하는 주인공의 말이다. 아름다움이 궁지에 몰린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이탈리아가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답다는 말일 터이다. 이 소설의 무대는 피렌체, 로마, 그리고 토스카나의 어느 시골 마을이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탈리아의 이곳 저곳을 누비는 주인공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읽는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주인공은 난쟁이로 태어난 천재 조각가인데, <양철북>이라던가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등장한 난쟁이 인물이 떠오른다. 난쟁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것은 치트키이다. 미천한 신분의 주인공은 마을 귀족의 별종 막내딸 비올라와 아름다운 우정을 키운다. 뻔한 설정이다. 다른 인물들이나 사건의 구도 등도 어디서 많이 본 설정들로 가득하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다채로워서 괜찮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친구같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작가의 이야기솜씨가 대단해서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20세기 이탈리아 역사의 주요 사건들이 주인공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등장인물들도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언쟁을 벌인다. 결국 파시즘을 돌파해내는 주인공과 비올라의 묘책에 감탄했다. 어지간한 영화보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결말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뻔한 해피엔딩으로 끝냈더라면 촌스러울 뻔했다.
Ciao! 일 몬도 노래는 아무리 불러도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운 몬도로 시작하는 부분 과 일 몬도로 시작하는 부분 을 다 외워버렸더니, 그 앞 부분이 궁금해졌습니다. 젠테 코멤메~~라고 하는 부분의 소리가 재밌어서 더 궁금해요. Gira il mondo gira Nello spazio senza fine 지라, 일몬도 지라, 넬로 스빠치오 센차 피네 Con gli amori appena nati Con gli amori già finiti 콘리 아모리 아페나 나티 콘리 아모리 쟈 피니티 Con la gioia e col dolore Della gente come me 콘라 죠이아 에 콜 돌로레 델라 젠테 코멤메 역시 이번에도 한글 가사는 참조하지 않겠습니다. 아는 단어부터 시작할까요? il mondo : the world con : with gioia : joy (이탈리아어에는 j가 없대요) e : and 생각보다 아는 단어가 없습니다. 이제 모르는 단어는 짐작하는 수밖에 없죠. 그게 아기의 자세니까요. Gira : 돈다, 회전한다 (이건 노래영상을 하도 많이봐서 컨닝한 셈입니다) spazio : space? senza fine : good sense? 아니, spazio다음인 것으로 볼때 끝이 없다 같아요. gli amori : the love appena nati : not apperent? gia finiti : finite란 뜻일까요? 유한하다? col dolore : 모르겠네요.. Della gente : gentle? come me : 나처럼 추정에 근거해서 뜻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돌아요, 세상은 돌아요, 끝없는 우주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 사랑과 함께, 유한한 사랑과 함께 기쁨과 Dolore와 함께, 나처럼 젠틀하게 말이 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데, 뭐 어때요. 노래 가사가 다 알쏭달쏭하게 마련이죠. 만족스럽습니다. 여기까지만 할게요. 궁금하신 분을 위해 해설은 남겨둘게요. Buona Giornata! 해설 보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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