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평 : 몰타의 매 (대실 해밋, 열린책들)

드디어 읽었습니다. 하드보일드 장르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몰타의 매>입니다.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언제라도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사실 이야기의 구조가 훌륭한 편은 아닌데, 작가의 묘사로 형성되는 분위기에 취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작을 안했으면 안했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는 책입니다. 실종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받은 탐정 샘 스페이드는 미스테리한 팜므 파탈 여성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사건에 말려들게 됩니다. 남자를 홀릴 줄 아는 팜므 파탈에게 주인공이 농락당하면서 시달릴 줄 알았는데, 농락은 커녕 그 팜므 파탈을 손아귀에 잡고 갖고 놀아버리는 주인공! 저는 이런 전개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은 정의의 편 아닌가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샘 스페이드는 전혀 선한 구석이 없습니다. 물론 그에게 당하는 사람들도 악인이니 어느 정도 통쾌하기는 하지만, 악인과 악인의 대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다만 이런 냉혈한 주인공이라도 그의 비서에게는 한없이 다정한데요. 비서에게 이런 저런 부탁을 하고서는 "에피는 천사야!"라고 말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이 대사가 킬링 버스인 것 같습니다. 미스테리가 해소되면서 등장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하나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이중 생활을 해온 작중 인물이 자신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평범한 남자가, 길을 걷다가 철제 빔을 거의 코앞에서 맞을 뻔한 사고를 겪는데, 그 즉시 현재의 가족과 삶을 모두 버리고 다른 도시에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 남자의 주변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철학적으 로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프릿크래프 트는 휼륭한 시민이자 좋은 남편이고 아버지였다.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주변 환경에 맞추어 사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식으로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