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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도어 (서보 머그더, 프시케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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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작가의 소설. 헝가리 사람들이 헝가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겪지만, 낯설고 이국적인 무대같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현대 사회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의 원동력은 압도적인 캐릭터이다. 화자의 삶 속에 들어와 끊임없이 긴장을 일으키는 “에메렌츠” 여사는 고집불통이고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인물의 강렬한 언행들로 인해 읽는 동안 충격을 받기도 하고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작품의 주제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어떤 작품에서 이런 사랑을 다룬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화자와 여사는 서로를 깊이 사랑하지만, 단 한번도 살갑게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없다. 화자는 여사의 모욕적인 언행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그 자신도 여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 모든 좌충우돌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것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사랑의 마음이다. 어느새 읽고 있는 독자도 화자와 같이 여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되어버린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전개도 훌륭하고, 모든 것이 마무리된 후의 여운도 상당하다. 

독서평: 플라워문 (데이비드 그랜, 프시케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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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황무지에 살던 인디언들은 석유가 발견되면서 엄청난 부를 갖게 되고, 그들은 사악한 음모에 휘말리게 됩니다. 진실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모두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주 정부는 무력하기만 하죠. 연방정부가 독립적인 수사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는데... 소설이 아니고 르포르타주인데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특히 문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담담하게 건조한 문장을 나열하는데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다음이 궁금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글실력이구나 싶습니다.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하네요.  책이 이렇게 재밌으니 당연한 전개라고 생각합니만, 영화에서는 디카프리오가 맡은 인물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저는 그 인물이 입체적이고 흥미로운 인물일 수는 있어도, 그를 서사의 중심으로 놓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막바지에 사건이 다 해결되었구나 싶더니, 저자는 더 거대한 어둠을 슬쩍 보여주고 책을 마칩니다. 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