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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애니 듀크, 에이트포인트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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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정의 중요성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이고, 많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좋은 결정은 과정 그 자체를 말하고, 결과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직관적으로는 금방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의식적으로 계속 상기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지난 번 소개했던 <블러프> 와 비슷하게 포커를 소재로 하면서 결정에 대해 말하는 책입니다.  <큇> 이라는 책을 썼던 애니 듀크 작가의 책이고, 결정에 관해서는 같은 맥락의 책입니다.  결정이 좋다는 것은, 결과와 무관하게 과정이 우수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물을 의식적으로 무시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라서, 여기서 소개하고 싶습니다.  마치고 나서 방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둘러보면 마치 내가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설명하다가 뚝, 관둔 것처럼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잠깐만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빨간색 약을 줄  뿐이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누구든 생각 중인 의사결정에 이르는 과정까지 설명한 뒤 상대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결과물은 빼놓으면 된다 . 저자는 과정에 집중하는 자세가 열린 마음으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합니다. 긍정적인 마음, 성장 마인드셋도 과정에 집중하는 자세로부터 나온다는 것입니다. 결과 판독을 베팅처럼 여기면 결과물이라는 것이 단 한 가지 원인만을 갖지 않고, 다양한 원인을 파악함에 있어서도 대체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끊임없이 상기된다.  부정적인 결과를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배울 점을 찾아내 긍정적인 결과로 바꾸면 된다.  잘 몰라도 괜찮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다. 실수를 인정할 때 기분 나빠하는 대신, 단지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학습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다는 데서 기분이 나빠지면 어떨까? 그 방향으로 나아...

독서평: 돈 (에밀 졸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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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자본주의, 특히 유가증권시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 실감난다. 에밀 졸라가 주식에 대해 가진 시각이 뚜렷이 드러난다. 소설의 무대는 좀 더 후대의 일이지만, 존 로가 프랑스 미시시피 회사로 시장을 풍미하던 시절, 광기의 시절은 어떤 모습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 사카르는 애초에 건전한 사업가가 아니다. 한탕 크게 해서 떼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가득한 사람이다.  만국은행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끌어들여 실체도 없는 사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은 헛웃음이 날 정도로 공허하다. 그런데 이런게 또 실현되는 것이 이 세상이다.  오늘날에도 스타트업이니, VC니 해서 같은 동력으로 움직이는 인간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주식이 영원히 상승하면서 벼락부자가 되는 것을 꿈꾸는 인간의 모습은 어딘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사카르 혼자만이 아니다. 주변 인물들도 설마 설마 하다가 제발로 광기에 뛰어든다. 주식이 상승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어떤 우화를 보는 듯하다. 결말은 정해진 수순이다. 본질과 무관하게 상승한 주식을 기다리는 것은 파멸적 하락이다. 위태위태하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진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만연체의 문장이 읽는 것을 어렵게 한다. 등장인물이 많고 그들에 대한 묘사 또한 만연체로 진행되므로, 작품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독서평: 조용한 리더 (조지프 L. 바다라코,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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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리더라는 제목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리더십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원제도 Leading Quietly라고 되어 있으니 딱히 잘못된 제목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조용하다는 표현은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저자의 전략을 따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묵묵해지기는 하겠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모습일 뿐 실제로는 무척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리더십은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수동적으로 끌려가지도 말고, 영웅이 되려고 천방지축 날뛰지도 말라는 말이다. 그 중간 지대에 최적의 솔루션이 있다. 자신의 안위를 보호하면서도 진보적인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압축할 수는 없다. 동어 반복 같지만, 적절하게 잘 행동하면 된다. 설명이 부족한가? 그럼 저자의 표현을 빌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겠다. 당신은 투자자처럼 행동해야 한다. 투자자는 리스크를 평가하고 움직인다. 그들은 승산을 평가하고 승산에 맞게 포지션을 구축한다. 올인(all-in)을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물론 승산이 있다면 할 수 있다)  이 책이 절판된 이유도 대강 짐작이 간다. 이 책은 속시원하고 명쾌하지 않다. 세상 사람들은 정답을 찾는다. 마법의 만능 키, 실버 불릿(silver bullet)을 찾아서 그거 하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해법을 원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곳이 아니다. 어쩌면 명쾌한 답변을 제공하는 책은 읽으면서 재미있고 시원하긴 하겠지만, 실전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은 가장 현실적인 책이다.  이 책을 두고두고 다시 읽으며 좋은 리더가 되는 길에 참고로 쓰고 싶다.

독서평: 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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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기발한 스토리텔링을 좋아하신다면 이 책을 읽으세요.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이야기가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보입니다. 미스테리 소설같은 분위기도 나고요.  장강명 선생님은 라쇼몽식 서사라고 하셨는데 동의합니다. 마침내 드러나는 진실은 독자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진실이 마음에 들 것입니다.  저는 약간의 부끄러움도 느꼈습니다. 저의 편견으로 인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가능성이었기 때문입니다. 금융업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 조금 있지만 책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