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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집착하는 삶

2026. 3. 12. <아인슈타인의 전쟁>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실제로 입증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사고 실험 만으로 상대성 이론을 만들어내는  자유분방한 망나니형 천재 아인슈타인과, 청빈한 사명감의 실험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의 캐릭터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렇지만 그들은 전쟁의 광풍 속에서 반전주의를 고집한 평화주의자였고, 대세에 거스를 줄 아는 용기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로 적대하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위대한 업적을 완성하기 위해 서로를 반드시 필요로 했다. 에딩턴이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기까지 천신만고를 겪는 동안 아인슈타인은 생면부지의 사람이었다. 마침내 그들이 해후했을 때도 그들의 만남은 그저 무미건조하기만 하다.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에딩턴은 광적으로 기록에 집착하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가 남긴 각종 일지를 통해 그의 삶을 다시 조명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그가 기록에 집착한다고 한 대목에서 반가움을 느꼈다. 나 또한 기록하기를 무척 좋아하니까. 누군가 나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생각은 두렵기도 하지만, 어떤 사명감을 주기도 한다. 내 아들이 나의 삶을 알게 되었을 때,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이 마음은 이제 나의 등불이 된다.

독서평: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한나 렌, 엘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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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님이 천재라고 하셔서 읽음. 읽어보니 천재가 맞았습니다. 여섯 편의 단편이 모두 창의적이고 기발하면서 완성도가 있다. 물리법칙을 비틀어서 만들어내는 설정에 감탄한다. 테드 창 이후로 이렇게 감탄하면서 읽은 작품이 또 있었을까. SF팬이라면 강추합니다.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표제작. 왜 천재라고 했는지 알것같은 설정. 모두들 매끄러운 세계에서 산다는 것은 멀티태스킹에 쩔어서 사는 요즘의 우리들을 비유한 것 같다. 주인공은 결국 그 감각을 제거하는 선택을 하고 진정한 우정을 찾는다. <제로연대의 임계점> 너무 인상적이다. 신문기사 헤드라인 수준의 간략한 서술로 SF여성작가 3인의 삶을 그려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작품이다.  <미아하에게 건넨 총> 이건 정말 천재적인 작품 아닌가? 뇌를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이 나온다면, 모든 전제가 뒤집힌다. 사랑이란 감정조차 그러한가. 압도적이다.  <홀리 아이언 메이든> 인간을 강제로 선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언니와, 그 언니의 힘을 피해 살아남은 동생. 언니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다. 이것도 천재적이다.  <싱귤래리티 소비에트> 냉전 시기에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넘어섰다는 설정. 인공지능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소련과 미국. 소련은 승리하고 인류는 어떻게 되는건지 기괴한 상상의 현실. 천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빛보다 빠르게, 느리게> 상대성 이론, 타임 스케일로 이런 세계를 만들어내나. 나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상대는 영원히 나와 분리된다는 것. 반전도 있고 해피엔딩도 내 스타일이다. 읽으면서 천재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