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평 :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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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체가 시적인 느낌을 주는 듯하여 마음에 든다.   3개의 이야기축이 전개되어 초반에는 다소 어리둥절했다. 이야기의 얼개를 깨닫기까지는 좀 읽기 어렵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사랑의 역사>라는 책을 쓴 작가는 누구인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3개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완성되는 것을 깨달으면 그저 감탄만 나온다. 레오폴드 거스키는 앨마 메러민스키와 사랑하지만 2차대전의 격동속에 생이별하고 미국에서 재회했을때는 이미 앨마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 후. 그녀를 향한 소설을 썼는데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원고를 잃어버렸다. 그의 아들을 멀리서만 지켜볼 수밖에 없고... 거스키가 만들어낸 책을 표절하게 되는 다른 작가는 레오의 친구이다. 그의 이야기가 초반부터 병치되어서 읽는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그에게도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했다. 어쨌든 그는 레오의 원고를 세상에 알려지게 도와준 셈이다. 앨마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여자아이. 그녀의 아버지가 레오의 원고로 출판된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아 딸에게 앨마라는 이름을 준다. 그녀는 어느 날 소설 속의 앨마가 실존인물임을 깨닫고 그녀를 추적하면서 진실을 만나게 되는데... 앨마의 동생 버드는 너무나 귀엽다. 자신이 세상에 36인밖에 없는 라메드보브닉이라고 믿는 이상한 아이. 마지막에 버드가 다리를 놔주어 레오폴드 거스키와 앨마 싱어가 만나는 장면이 클라이막스이다. 서로 생면부지의 타인이지만 <사랑의 역사>라는 책을 속속들이 알기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이상한 만남이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체감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책을 덮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이 책을 만나서 기쁘다.

문장읽기: 어린이 동화 읽기 -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 (3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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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 1부 |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 2부 |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 3부 | Ciao! 이탈리아어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동화는 내용이 친숙하고 문장이 쉬워서 좋은 교재입니다. 지난 번에 보던 리콜리도로 이야기를 마저 보겠습니다. 빈 집에서 실컷 즐기던 리콜리도로(골디락스)의 시간도 끝나갑니다. 이제 곰들이 집에 돌아왔나봅니다. 문장들을 살펴보겠습니다. Poco dopo, gli orsi ritornarono dalla passeggiata, pronti a fare colazione.  조금 지나서, 곰들이 외출에서 돌아와서, 아침식사를 먹을 준비가 되었다. Ma furono sorpresi nel vedere che i cucchiai erano già nelle scodelle del latte. “Qualcuno ha bevuto il mio latte!” esclamò Papà Orso. 그러나 우유에 누가 손을 댄 거 같죠. "누가 내 우유를 마셨어" 아빠곰이 소리쳤다? “Qualcuno ha bevuto anche il mio latte!” esclamò Mamma Orsa. "누가 내 우유도 마셨어!" 엄마곰이 외쳤고 “Qualcuno ha bevuto il mio latte... e non ce n’è più!” singhiozzò Piccolo Orso, che adorava il latte. 누가 내 우유를 마셨어.. 그리고 이제 없어!" 우유를 사랑하는 아기곰이 외치고.   Poi i tre orsi videro che le loro sedie erano state usate. “Chi si è seduto sulla mia sedia?” chiese Papà Orso. 곧이어 세 곰은 의자가 사용된 것도 봤네요. "누가 내 의자에 앉았어?" 아빠곰이 묻고.   “Chi si è seduto sulla mia sedia?”...

독서평 : 우미인초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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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우연히 소개 글을 접하고 흥미가 생겼습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변화하던 일본 사회에서 잘 나가는 한 남자가, 은사의 딸과 신여성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소개였습니다. 줄거리 소개를 중간 까지만 읽다가, 스포일러를 당하느니 원작을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단순한 삼각관계 치정극이 아니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스포일러 주의 일단, 100년도 전에 쓰여진 작품이므로 촌스러운 구석이 분명히 있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작가가 직접 인물을 설명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마치 무성영화에서 변사가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아서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또 종장에는 특정 인물이 갑자기 무슨 신이라도 된 듯한 말투로, 너는 이런저런 일을 했기에 잘못이었다, 네 죄를 알렷다, 는 식으로 나오는 통에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잘못을 꾸짖는 논리 자체는 저도 동의하지만, 이런 식의 대화가 있을 수 있을까 싶어서 이야기에 실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자살입니다. 주인공 중의 한 명이 쪽팔림을 이기지 못해 세상을 떠나버립니다.  저는 소세키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살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자살은 비겁한 회피일 뿐이고 그 비겁함을 영구히 불변의 것으로 만드는 최악의 방법입니다. 어쩐 일인지, 등장인물들은 자살로 인한 이별에도 별다른 슬픔도, 멘탈붕괴도 없습니다. 그저 갈 사람이 갔다는 것인지...  슬픔이 없을 리가 있을까요. 앞날이 창창한 청춘이 삶을 저버렸는데...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런 심리를 묘사하지 않은 것입니다. 작가가 자살을 바라보는 관점이 별거 아니라는 식이니까 그런거겠죠.  오노라는 인물에 대해서 말해야겠습니다. 우물쭈물하고 잔머리만 잘 돌아가는 병신같은 캐릭터입니다.  소세키의 작품에 유독 이런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은데, 저만의 착각일까요?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해서 질질 끌려가면서도 속셈은 악한 스타일입니다. 오래 전 신...

만화읽기: Peanuts #17

챠오Ciao! 만화를 읽어보겠습니다. 귀여운 그림을 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오늘 만화는 대사가 쉬워서 골라봤습니다.  https://www.ilpost.it/2025/04/02/peanuts-2025-aprile-02/ 언제나처럼 그림을 보시려면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이 포스팅에서는 대사만 같이 읽습니다만, 그림을 먼저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찰리 브라운: "BE’, ABBIAMO PERSO DI NUOVO" 루시: "MA CI POSSIAMO CONSIDERARE I VINCITORI MORALI, VERO?" 찰리 브라운: "NO, NON CI POSSIAMO NEMMENO CONSIDERARE I VINCITORI MORALI" 루시: "NO?" "ODIO QUANDO NON POSSIAMO CONSIDERARCI I VINCITORI MORALI" 단어가 반복되니까 알기 쉽습니다. 한번 차분히 읽어보겠습니다. 헐, 새로운 건 무서워? 그러나 우리는 정의로운 승리를 고려할 수 있지, 그렇지? 아니, 우리는 정의로운 승리같은건 전혀 고려할 수 없어. 아니라고? 정의로운 승리를 고려할 수 없는 건 싫어. Vincitori Morali가 반복되어서 저에게 각인되는 느낌입니다. 같은 단어와 동사가 반복되니까 하나만 알면 다 알게 되는 거겠죠? 적게 공부하고 많이 알게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맞는지 틀리는지는 시간이 알려준다고 믿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른 만화들도 한번 읽어보세요! Buona Giornata!

독서평 : 세상에 그저 사라지는 것은 없다 (피터 바튼, 로렌스 셰임스, 따뜻한손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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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저자는 치열했던 젊은 날들을 회상하며 사랑하는 자녀에게 귀중한 경험과 생각들을 말해준다. 챕터가 진행될수록 암이 확산되면서 고통에 잠식당하는 심리를 그대로 묘사해주어서 더더욱 저자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몰입하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인생이 아름답다는 표현이 계속 떠올랐다. 이 포스팅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책의 주요 대목들을 꼽아 보았다.   아버지에게 피아노레슨을 강요받아서 반항했다는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아버지가 강하게 나올줄 알았는데, 의외로 쿨하게 물러서시며 대신 음악을 떠나지만 말라고 하셨어서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음악을 사랑하게 되고  나중에는 밴드에 들어가서 베이스를 치게 된다. 아버지는 밴드를 시작한 아들을 보고 베이스기타를 선물하셨다고 한다.  인생이란 것은 복잡하고도 미묘한 것이어서 잘못한 적이 추호도 없다는 사람은 거짓말쟁이거나, 두뇌는 명석하나 세상물정을 모르는 얼간이다. (82) 나 또한 어느 정도 살고보니 깊이 공감되는 생각이다. 우리는 절대적인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믿었지만, 자유라는 것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늘 얽매이는 것이 있었다. 우리의 선택은 일종의 시대정신(Zeitgeist)에 의해 규정되고, 우리의 선택 또한 시대정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117) 매우 공감한다. 우리는 시대에 속한 사람들이다. 모든 것은 시의적절함이다. 기회는 붙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손님이다. 선물이란 그 가치를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고마운 물건이다. 그리고 이 세상 어디에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위협하는 공포는 없다. 그것이 설령, 죽음이라 할지라도.  '앞 뒤 가리지 않는 무모한 사람처럼 보여라. 그러나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미친 듯 행동해라. 그러나 주어진 과제는 미리 충실히 숙지해야 한다.' (134) 상당히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타인이 보기에는 무...

문장읽기: 엘레나 페란테의 책읽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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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o! 오늘도 하나씩 해나갑니다. 자신은 전혀 없지만, 무모하게 도전하는 이탈리아어 원서 읽기입니다. 아예 까막눈은 아니라니까요. 최소한 문장 구조라도 읽어내 볼 수 있습니다. 오늘도 같이 무모한 도전에 함께 하시죠! Discussero molto.  많이 논의했다. All'inizio mia madre era contraria e mio padre incerto;  처음에 내 엄마는 반대였고 아빠는 찬성이었다. poi mio padre diventò  cautamente favorevole e mia madre si rassegnò a essere un po' meno contraria;  이윽고 아빠가 호의적으로 도와줬고 엄마는 조금 덜 반대하게 되었다. infine decisero di farmi fare l'esame, ma sempre col patto che se io non fossi stata bravissima mi avrebbero tolto subito dalla scuola. 내가 시험을 보게 해주기로 결정하였고, 그러나 항상 내가 학교에서 잘하는 걸 자랑스러워하진 않았다? (해석 자신 없음) A Lila invece i genitori dissero di no.  릴라는 그대신 부모님이 No라고 함. Nunzia Cerullo fece qualche tentativo poco convinto, ma il padre non volle neanche discutere e anzi diede uno schiaffo a Rino che gli aveva detto che sbagliava.  눈치아 체룰로는 성격이 나빴고? 그러나 아빠는 말도 안했고? 리노는... (모르겠음) I genitori propendevano addirittura per non andare dalla maestra, che però li fece chiamare dal direttore, e allora Nunzi...

독서평 : 몰타의 매 (대실 해밋,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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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었습니다. 하드보일드 장르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몰타의 매>입니다.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언제라도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사실 이야기의 구조가 훌륭한 편은 아닌데, 작가의 묘사로 형성되는 분위기에 취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작을 안했으면 안했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는 책입니다. 실종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받은 탐정 샘 스페이드는 미스테리한 팜므 파탈 여성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사건에 말려들게 됩니다. 남자를 홀릴 줄 아는 팜므 파탈에게 주인공이 농락당하면서 시달릴 줄 알았는데, 농락은 커녕 그 팜므 파탈을 손아귀에 잡고 갖고 놀아버리는 주인공! 저는 이런 전개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은 정의의 편 아닌가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샘 스페이드는 전혀 선한 구석이 없습니다. 물론 그에게 당하는 사람들도 악인이니 어느 정도 통쾌하기는 하지만, 악인과 악인의 대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다만 이런 냉혈한 주인공이라도 그의 비서에게는 한없이 다정한데요. 비서에게 이런 저런 부탁을 하고서는 "에피는 천사야!"라고 말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이 대사가 킬링 버스인 것 같습니다. 미스테리가 해소되면서 등장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하나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이중 생활을 해온 작중 인물이 자신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평범한 남자가, 길을 걷다가 철제 빔을 거의 코앞에서 맞을 뻔한 사고를 겪는데, 그 즉시 현재의 가족과 삶을 모두 버리고 다른 도시에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 남자의 주변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철학적으 로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프릿크래프 트는 휼륭한 시민이자 좋은 남편이고 아버지였다.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주변 환경에 맞추어 사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식으로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