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이 세종서적인 게시물 표시

독서평 : 지식의 착각 (스티븐 슬로먼, 필립 페른백, 세종서적)

이미지
< 다른 의견 >이라는 책에서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의 논쟁과 대립을 통해서만이 진실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을 또 한 번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 지능은 세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는 것입니다. 조금 더 설명해보겠습니다. 1. 우리는 주변을 둘러 싼 세계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세계와 타인에 의지해 학습하고 상호작용해 사실을 알아내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인간의 방식이다. (296) 인간 개인은 생각보다 멍청하다. 그러나 집단지성을 동원할 줄 알기에 인간이 똑똑한 것이다. 우리의 신념은 개인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공동체에서 공유하는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212) 우리를 둘러 싼 제도와 무형의 가치들도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다. 집단이 믿으니까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산에 대한 독점적 권리는 모두가 같은 것을 믿어야 실체가 생기는 것이다. 2. 우리는 세계가 있어야 작동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기억하는데 몸을 사용한다. 따라서 몸이 없는 뇌는 생각하고 기억할 수 없다. 마음은 뇌에 없다. 그보다는, 마음에 뇌가 있다. 마음이 뇌를 포함한 여러 정보를 사용해서 정보를 처리한다.(140) 한걸음 더 나가볼까? 이  세계 전체가 기억장치이자 사고 과정의 일부이다. (143) 즉, 세계는 우리의 컴퓨터인 것 이다. 우리 머리 속에 계산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자체가 계산기니까. 우리는 세계에 관한 사실을 정보화하여 처리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그 자체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날아오는 공을 잡으려고 달려가는 사람은 공의 궤적을 계산해서 낙하지점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공의 위치를 광학적 단순화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두 기둥 사이를 충돌 없이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중앙으로 이동하면 충돌을 피할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시각으로 광학적 흐름을 받아들여 판단할 수 있는 ...

독서평: 판타지랜드 (커트 앤더슨, 세종서적)

이미지
미국은 원래 그런 나라였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떠나온 사람들이 만든 나라. 누가 뭐라 해도 스스로 믿고 싶은 것을 믿는 힘, 그 독특한 신념. 절대적 사실의 강력한 벽을 가볍게 넘나드는 괴짜 정신.  금을 향해 달려든 불나방 같은 열정, 그리고 광신적 믿음의 역사. 몰몬교 탄생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다. 뭐랄까,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이런 일이 실현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기가 막히다. 미국 개신교에 수많은 교파가 있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사기꾼들이 활개 치고, 심지어 속은 자가 잘못이라는 판결까지 받는 나라가 미국이다. 오늘날 한국도 묘하게 닮아 있다. 누군가가 가짜임을 증명할 수 없다면, 그것을 믿을 권리가 있다는 논리.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은 미국이 품었던 환상이었구나. 도시에 흑인과 소수 민족이 오는 걸 피하고자 교외로 이주한 현상을 설명해준다.  이 맥락에서 보면 디즈니랜드와 할리우드의 존재도 새롭게 다가온다.  라스베이거스도 같은 맥락의 존재이다. 만국박람회, 유리 겔러, 사이언톨로지, 매카시즘, 빌리 그레이엄까지. 믿고 싶은 것을 믿겠다는 대환장 쇼는 끝이 없다. 절대 진리가 없다는 상대주의 속에서 음모론이 퍼져나갔다. 음모론의 번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JFK 암살 사건이다. 영화까지 등장했었다. 미국은 왜 유독 종교의 나라인가.  믿고 싶은 것을 믿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 땅에서, 독점하는 종교가 없이 모든 종교들이 무한 경쟁을 통해 번성해온 건 아닐까? 미국의 사탄 숭배자들의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와 바우돌리노, 그리고 나꼼수가 떠오른다.  믿기 때문에, 믿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이다. 저자는 트럼프가 이러한 현상의 결정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그것이 현실이 되는 나라에서, 트럼프의 말은 믿는 자들에게는 그저 진실일 뿐이라고 도맷금으로 넘겨버린다.  그러나 트럼...

독서평: 큇 QUIT (애니 듀크, 세종서적)

이미지
오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는 책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평소에 생각하던 바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는지 호응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제 반대편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입니다. 저자는 그만두기에 대해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을 전해줍니다. 이런 관점을 말하는 사람이 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왜 그만둬야 하는지 차근차근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무작정 때려치우라는 식의 무책임한 결정이 아닙니다. 그만두는 것은 사실상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결정입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소화한 내용일 뿐이고, 이 책에서 더 많은 내용을 읽어내실 수도 있으니 꼭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1. 그만두는 것은 계속하는 것과 동등한 레벨의 결정이다. 버티는 결정과 그만두는 결정은 동일하다. 계속하겠다는 결정은 그만두지 않는다는 결정이니까.  "나는 지금 결정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는 말은 "현재로서는 현상 유지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의미로만 해야 한다. 다른 어떤 것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 그만두지 못하는(또는 그만두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는) 일은 손실과 불행을 초래할 뿐이다. 그만두는 일을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자. 그만두기는 실패가 아니다. 추구할 가치가 없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실패이다. 당신은 편향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내린 선택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왠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으니까.     어떤 행동의 결정은 그 결정을 소유하게 만드는 것. 그러므로 그 소유에 가치를 부여하는 편향을 발생시킨다. 2. 변화하는 세상에 맞게 그만두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케인스는 사실...

독서평: 조용한 리더 (조지프 L. 바다라코, 세종서적)

이미지
조용한 리더라는 제목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리더십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원제도 Leading Quietly라고 되어 있으니 딱히 잘못된 제목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조용하다는 표현은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저자의 전략을 따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묵묵해지기는 하겠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모습일 뿐 실제로는 무척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리더십은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수동적으로 끌려가지도 말고, 영웅이 되려고 천방지축 날뛰지도 말라는 말이다. 그 중간 지대에 최적의 솔루션이 있다. 자신의 안위를 보호하면서도 진보적인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압축할 수는 없다. 동어 반복 같지만, 적절하게 잘 행동하면 된다. 설명이 부족한가? 그럼 저자의 표현을 빌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겠다. 당신은 투자자처럼 행동해야 한다. 투자자는 리스크를 평가하고 움직인다. 그들은 승산을 평가하고 승산에 맞게 포지션을 구축한다. 올인(all-in)을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물론 승산이 있다면 할 수 있다)  이 책이 절판된 이유도 대강 짐작이 간다. 이 책은 속시원하고 명쾌하지 않다. 세상 사람들은 정답을 찾는다. 마법의 만능 키, 실버 불릿(silver bullet)을 찾아서 그거 하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해법을 원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곳이 아니다. 어쩌면 명쾌한 답변을 제공하는 책은 읽으면서 재미있고 시원하긴 하겠지만, 실전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은 가장 현실적인 책이다.  이 책을 두고두고 다시 읽으며 좋은 리더가 되는 길에 참고로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