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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스콧 A. 스몰, 북트리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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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답답한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갈 수록 어쩌면 그렇게 기억들이 사라지는지. 기억이 흐려지고 사라지는 현상은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그런 일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혹자는 잊는 것이 축복이며, 그것은 우리의 평안을 위해 좋은 일이라는 철학적 설명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완전히 과학적인 설명입니다. 망각은 그 자체로 인지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 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망각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는 몇 가지 포인트를 여기에 공유하고 싶습니다. 인지 =기억 + 망각 (18) 인지능력은 기억하는 능력과 망각하는 능력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기억과 망각의 능동적 균형 (64) 컴퓨터조차 망각 알고리즘을 넣어야 인식 성능이 크게 올라가는 것이다. (81)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는 망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길을 배우려면 잊어야 한다. (60)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는 적당한 망각이 균형을 이뤄줘야 우리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음 (87) 과거의 판단기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면, 망각해버리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해마 기능이 나빠서 잘 까먹으면 오히려 판단은 더 정확할 수 있다. 선입견이나 초기 판단을 까먹으니까. 망각 = 기억을 깎아내는 끌 (74) = 유연성 (75) 분자 차원에서는 기억이나 망각의 구조는 파리, 생쥐, 인간이 모두 같다. (65) 이건 좀 어려운 이야기인데... 책에서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독서평 : 지식의 착각 (스티븐 슬로먼, 필립 페른백,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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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의견 >이라는 책에서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의 논쟁과 대립을 통해서만이 진실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을 또 한 번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 지능은 세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는 것입니다. 조금 더 설명해보겠습니다. 1. 우리는 주변을 둘러 싼 세계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세계와 타인에 의지해 학습하고 상호작용해 사실을 알아내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인간의 방식이다. (296) 인간 개인은 생각보다 멍청하다. 그러나 집단지성을 동원할 줄 알기에 인간이 똑똑한 것이다. 우리의 신념은 개인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공동체에서 공유하는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212) 우리를 둘러 싼 제도와 무형의 가치들도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다. 집단이 믿으니까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산에 대한 독점적 권리는 모두가 같은 것을 믿어야 실체가 생기는 것이다. 2. 우리는 세계가 있어야 작동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기억하는데 몸을 사용한다. 따라서 몸이 없는 뇌는 생각하고 기억할 수 없다. 마음은 뇌에 없다. 그보다는, 마음에 뇌가 있다. 마음이 뇌를 포함한 여러 정보를 사용해서 정보를 처리한다.(140) 한걸음 더 나가볼까? 이  세계 전체가 기억장치이자 사고 과정의 일부이다. (143) 즉, 세계는 우리의 컴퓨터인 것 이다. 우리 머리 속에 계산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자체가 계산기니까. 우리는 세계에 관한 사실을 정보화하여 처리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그 자체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날아오는 공을 잡으려고 달려가는 사람은 공의 궤적을 계산해서 낙하지점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공의 위치를 광학적 단순화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두 기둥 사이를 충돌 없이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중앙으로 이동하면 충돌을 피할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시각으로 광학적 흐름을 받아들여 판단할 수 있는 ...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리사 펠드먼 배럿, 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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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저자의 강연록을 모은 형식인데요, 8개의 강의가 모두 훌륭합니다. 한 챕터 끝날때마다 곱씹어야 해서 빨리 읽을 수 없었고, 끝나는게 아쉬워서 아껴서 읽고 싶어서 끊어 읽었습니다. 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결국은 철학적인 결론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포인트들을 조금 소개드립니다. 1. 생존을 위해 진화하면서 뇌는 예측기계가 되었다. 진화에는 <왜>가 없다. (31)  자연선택은 우리를 향해 진행되지 않았다. (51)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생존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생체 에너지 Budget을 운영하는 것이다. 먹이의 움직임, 천적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에 집중함. 생존이 걸려있기에, 뇌는 항상 예측을 하고 있다. 2. 우리는 연결된 존재로서 가치가 있다. 연결 자체가 핵심이다. 뇌는 네트워크다. 연결 자체가 구조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타인에게 (뇌와 몸에) 영향을 주고 받는다. (143) 어린이의 뇌는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 양육자, 주변 사람들이 어린이에게 말하고 행하는 모든 것들에 반응해서 자라나는 것이다. 예술은 예술가가 절반만 만든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감상하는 사람의 뇌가 만든다. 3. 뇌과학을 알면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뇌가 사회적 현실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초능력이다.  초능력은 당신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어떤 종류의 마음도 본질적으로 다른 어떤 마음보다 낫거나 나쁘지 않다.  그저 다양할 뿐. 그래서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변이가 있을 뿐이다. (160) 매일 5분 동안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그 문제를 생각해 보라.  당신의 머릿속에서 그들과 논쟁을 벌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만큼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해서 당신과 정반대 신념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하기 ...

독서평: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한나 렌, 엘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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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님이 천재라고 하셔서 읽음. 읽어보니 천재가 맞았습니다. 여섯 편의 단편이 모두 창의적이고 기발하면서 완성도가 있다. 물리법칙을 비틀어서 만들어내는 설정에 감탄한다. 테드 창 이후로 이렇게 감탄하면서 읽은 작품이 또 있었을까. SF팬이라면 강추합니다.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표제작. 왜 천재라고 했는지 알것같은 설정. 모두들 매끄러운 세계에서 산다는 것은 멀티태스킹에 쩔어서 사는 요즘의 우리들을 비유한 것 같다. 주인공은 결국 그 감각을 제거하는 선택을 하고 진정한 우정을 찾는다. <제로연대의 임계점> 너무 인상적이다. 신문기사 헤드라인 수준의 간략한 서술로 SF여성작가 3인의 삶을 그려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작품이다.  <미아하에게 건넨 총> 이건 정말 천재적인 작품 아닌가? 뇌를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이 나온다면, 모든 전제가 뒤집힌다. 사랑이란 감정조차 그러한가. 압도적이다.  <홀리 아이언 메이든> 인간을 강제로 선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언니와, 그 언니의 힘을 피해 살아남은 동생. 언니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다. 이것도 천재적이다.  <싱귤래리티 소비에트> 냉전 시기에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넘어섰다는 설정. 인공지능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소련과 미국. 소련은 승리하고 인류는 어떻게 되는건지 기괴한 상상의 현실. 천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빛보다 빠르게, 느리게> 상대성 이론, 타임 스케일로 이런 세계를 만들어내나. 나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상대는 영원히 나와 분리된다는 것. 반전도 있고 해피엔딩도 내 스타일이다. 읽으면서 천재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