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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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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는 이야기꾼이다. 그의 책은 두꺼운 편인데도 술술 읽힌다.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책을 읽게 만든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래도 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차분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의 이야기가 꼭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점들을 정리해 보았다. 당신도 이 책을 읽어보게 된다면 나의 독서평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미래> 하라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할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직관, 창의성조차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직관이라고 과시해 온 것이 사실은 패턴 인식으로 드러난 것이다. 46 적어도 체스에서는 창의성은 이미 인간 보다 컴퓨터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63 다만,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갖는 존재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의식과 지능은 구별되어야 함을 설명해준다. 또한 인공지능과 기계가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미래사회는 기존의 시스템으로 지탱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오늘날 우리도 이미 그 실마리를 느끼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숙련 노동력의 부족이 동시에 닥치는 것이다. 60 자신들의 생산물을 인간이 사주는 것조차 필요하지 않다. 69 이러한 추세는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우리는 인공지능이 성장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바로 우리의 <주의attention>이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이 유럽 제국주의자들에게 화려한 구슬과 싸구려 담요에 대한 댓가로 부지불식간에 온 나라를 팔아 넘긴 것과 흡사하다. 131 <인간의 속성과 세계 갈등> 오늘의 세계 갈등은 문화주의적인 측면이 강하다. 종교가 겉치장임을 밝혀내주는 부분은 탁월하다. 전통적인 인종 주의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오늘날 세계는 문화주의자들로 가득하다. 229 종교는 겉치장일 뿐이다. 201 테러는 심리적 효과를 위한 것일 뿐 냉정하게 대응한다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

독서평: 더 패스 (마이클 푸엣, 크리스틴 그로스 로,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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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이 설명해주는 동양 철학 사상 이야기. 우리는 서구화된 사회에 살면서도, 동양적 사상이 내면화된 사람들이죠.  서양인의 가치관으로 동양 철학을 다시 설명해 주는 것이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진정한 동서 철학의 융합입니다. 솔직히 큰 기대가 없었는데,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정해진 존재가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저는 이 문구에서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제가 읽으면서 이해한 대로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아마도 저만의 관점이 반영되었을텐데, 의아한 부분이 있으시다면, 직접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1. 공자: 제례의식은 가상현실이다. 인간은 하나의 존재가 아니다. 부모이자 자식이고 조직의 일원인 것처럼, 무수하게 많은 면모를 지니고 있다. 제례를 통해 다면적 자신을 꺼내어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니까 일종의 가상현실의 무대를 제공하는 것.  이러한 무대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갈등이 해소되고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놀이가 이런 의식이다. 서로의 역할을 바꾸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어른과 숨바꼭질을 하면 아이는 처음으로 권력을 경험한다.  <내 생각> 종교의식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정기적으로 종교시설에 가서 엄격한 형식에 따른 제례를 실시하는 것이 엄청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2. 맹자: 이 세상은 변화무쌍한 것, 나도 변화해야 한다. 세상이 원래 변화하는 것을 인정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고 결정을 내리며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행동해야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자신을 규정해버리면 융통성있게 행동할 수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전체 맥락을 감지하려면 감정을 훈련해야 한다.   자아도 복잡하고 세상도 복잡하고 상황도 복잡할 때 결정을 고민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독서평 : 퍼스트 레이디 (커티스 시튼펠트,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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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통속적인 면이 있는 책이어서, 이 책이 재밌었다는 사실이 약간 분하다. 그러나 재미있다. 이 작품은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재미가 있다. 주인공의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점이 특징이다. 갈팡질팡하고, 자신을 의심하고, 남편을 혐오하다가도 사랑하는 그 마음들.  남자로서 여자의 내면을 읽는 것은 무척 흥미로웠다. 성장과정의 실수와 방황들이 가감없이 묘사되는 것이 좋았다. 성적인 묘사도 아주 자세하게 나오는데 그것들이 야하게 느껴진다면, 읽는 사람 자신의 문제이다. 표지의 저 대사가 폐부를 찌른다. 주인공의 할머니가 조언해준 말이다. "잊지마, 남자들은 아주 불안정한 존재라는 걸." 남자로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저 대사의 맥락을 좀 더 설명하자면, 방황하는 남편을 붙잡아주는 역할을 아내가 해야 한다는 것을 할머니가 조언해주는 것이다.  남편은 네가 그를 붙잡아주기를 바라고 있단다. 나는 이 작품에서 할머니가 가장 좋았다. 그녀의 지혜와 통찰력에 감탄한다. 명대사도 많은데, 그 중 한 장면을 꼽아보고 싶다.  "내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모든 사람이 다 동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의 생각 따위는 내 삶에서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 순간 나는 할머니가 미웠다. ... 나는 돌아서서 할머니를 쏘아보았다. "사람들은 원래가 복잡한 거란다. 복잡하지 않은 사람들은 따분한 사람들뿐이야." "그럼 저도 따분하겠네요."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나."  주인공이 퍼스트 레이디라는 점은 사실 작품의 핵심은 아니다. 실제 영부인 생활은 후반부에 아주 조금만 나오니까.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셀링 포인트로 잡은 것 같다. 원제는 "American Wife"이다. 실존 인물이 모델인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재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