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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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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인 사람 본인이 쓴 책이다. 적절한 가이드가 있다면, 자폐증인 사람도 세상과 적절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사례라는 생각이다. 물론 부모님의 헌신이 있었을 것이다. 자폐증인 사람이 직접 설명하는, 본인의 내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의 편집자는 저자의 구술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그대로 소개해주어서 더 생생하게 저자를 느낄 수 있었고, 매우 흥미로웠다.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말을 마치고) 히가시다 씨가 일어나 창가로 이동했다. 3층 창문으로 뚫어져라 밖을 바라보았다. Q: 조금 전에는 왜 창밖을 바라보았나요? A: 자동차 바퀴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다음 질문을 하려고 할 때, 히가시다 씨의 입에서 "니콘, 니콘"이라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취재용 카메라에 '니콘'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Q: 그런 목소리는 왜 나오는 것인가요? A: 그냥 나와요. 목소리가 숨을 쉬는 것처럼 내 입에서 나옵니다. 저자의 정리된 생각들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 중 인상깊었던 몇 가지를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내게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내 눈에는 사람도 풍경의 일부로 보일 뿐입니다.  산과 나무, 건물과 새, 모든 것이 한꺼번에 내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그것들 전부를 상대할 수 없으니까, 그때 가장 내 관심을 끄는 것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언어는 때로 무력합니다.  친절한 말을 들었는데도 마음에 와 닿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혹독한 말을 들었을 때처럼 상처를 받는 일조차 있습니다. 모두가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점을 깨달은 후로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기분도 사라졌습니다. 내가 원한 것은 그저 꼭 안고서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누가 그렇게 해준 후에야 비로소 인간으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가족 덕분입니다.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중요한 것은, 주의를 받은 ...

독서평 :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 (엘링 카게, 다른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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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에 대해 말하는 에세이. 편하게 읽기 좋은 문체이면서도 간결하게 걸어야 할 이유들을 말해 준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냥 책을 덮어두고 나가서 걷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실천해보고 좋았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산책할 때는 목적지가 있으면 안된다. 목적지가 있으면 산책이 아니다. 산책할 때는 이어폰을 끼면 안된다. 걷는 과정에서 모든 감각을 활용해야 한다. 생각할 일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하면 걸어야 한다. 몸이 움직여야 생각이 잘된다. 악천후에 걸어야 한다. 차가운 빗속을 힘들게 걷고 따뜻한 집에 돌아왔을 때의 행복감이란.  저자가 말하는 걸어야 할 이유들 중에서 내게 울림이 있었던 문장들을 소개해 보고 싶다. 걸을 때 삶은 길어진다. (23) 걸을 때는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 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다고 느껴지면 걸어보면 어떨까? 무언가를 경험하지 않고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은 어리석다. (32) 걷는 것은 경험 그 자체이니까. 우리는 걷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34) 철학적 의미에서도, 과학적 의미에서도, 걷는 행위는 인간의 필수요소이다. 나는 걷기 때문에 변화를 알아볼 수 있다. (38) 걷는 것은 참여하는 것, 사람들 속에 섞여들어가 (49) 우리는 온 몸으로 생각한다. (78) 걷는 것 자체가 생각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뇌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몸 전체를 사용해서 생각하는 것이니까. 고통과 기쁨은 너무나 깊게 얽혀있어서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98) 궂은 날씨에 산책하지 않는 것은 삶의 경험을 반쯤 포기하는 것이다. (100) 편안함은 불편을 피하는 것이고, 동시에 좋은 경험을 잃는다는 것이다. (101) 걸어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문제는 없다. (120) 고민이 있을 때는 걸어보자.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하나 궁금해하는 순간, 행복이 사라졌다. (142) 걸을 때 목적을 정해두면 산책이 아니다. 

독서평: 빅 퀘스천 (더글러스 케네디, 밝은세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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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의 자전적 에세이.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고 오래 여운이 남을 것 같다. 인생에 대해 갖고있던 생각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 가다듬을 수 있었다. 강추합니다. - 저자가 자신의 삶을 낱낱이 드러내면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당신에게는 불행을 멈추고 인생을 바꿀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체념하고 우울 속에 살아가면서 화를 축적한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음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무시하면서 자신은 인생의 피해자라고 한탄한다. - 인생을 망치는 것은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임을,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절실하게 깨닫는다.   - 부모님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지켜본 이야기, 소설이 성공해 부자가 된 뒤 아버지와 저녁식사에서의 에피소드가 인상깊다.  - 모든 것이 엉망인 어느 날, 저자는 스키를 타면서 행복을 느끼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게 이상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Quotes 자기 파괴적인 일탈 행위로 비극을 자초한 게 얼마나 한심하고 비참한 짓이었는지 뒤늦게야 깨달았어요. 내 자신이 자초한 비극이었죠.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비극을 피하려면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만 하죠. 우리는 매일 아침 거울 속에 들어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살아가죠. 그렇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그 사실이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큰 비극입니다. 나는 다시 한 번 간절히 느끼게 되었다.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지 않는 사람과 가까이 할수록 상처만 깊어진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