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평: 판타지랜드 (커트 앤더슨, 세종서적)

미국은 원래 그런 나라였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떠나온 사람들이 만든 나라. 누가 뭐라 해도 스스로 믿고 싶은 것을 믿는 힘, 그 독특한 신념. 절대적 사실의 강력한 벽을 가볍게 넘나드는 괴짜 정신. 금을 향해 달려든 불나방 같은 열정, 그리고 광신적 믿음의 역사. 몰몬교 탄생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다. 뭐랄까,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이런 일이 실현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기가 막히다. 미국 개신교에 수많은 교파가 있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사기꾼들이 활개 치고, 심지어 속은 자가 잘못이라는 판결까지 받는 나라가 미국이다. 오늘날 한국도 묘하게 닮아 있다. 누군가가 가짜임을 증명할 수 없다면, 그것을 믿을 권리가 있다는 논리.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은 미국이 품었던 환상이었구나. 도시에 흑인과 소수 민족이 오는 걸 피하고자 교외로 이주한 현상을 설명해준다. 이 맥락에서 보면 디즈니랜드와 할리우드의 존재도 새롭게 다가온다. 라스베이거스도 같은 맥락의 존재이다. 만국박람회, 유리 겔러, 사이언톨로지, 매카시즘, 빌리 그레이엄까지. 믿고 싶은 것을 믿겠다는 대환장 쇼는 끝이 없다. 절대 진리가 없다는 상대주의 속에서 음모론이 퍼져나갔다. 음모론의 번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JFK 암살 사건이다. 영화까지 등장했었다. 미국은 왜 유독 종교의 나라인가. 믿고 싶은 것을 믿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 땅에서, 독점하는 종교가 없이 모든 종교들이 무한 경쟁을 통해 번성해온 건 아닐까? 미국의 사탄 숭배자들의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와 바우돌리노, 그리고 나꼼수가 떠오른다. 믿기 때문에, 믿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이다. 저자는 트럼프가 이러한 현상의 결정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그것이 현실이 되는 나라에서, 트럼프의 말은 믿는 자들에게는 그저 진실일 뿐이라고 도맷금으로 넘겨버린다. 그러나 트럼...